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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배 칼럼] 정보이주권을 허하라

정보이주권을 허가하라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 민경배

  인터넷 공간이 또 하나의 생활 세계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권리들이 등장하고 있다.

프라이버시권의 경우 과거 아날로그 환경에서는 사생활 보장권 정도로 간주되던 것이, 오늘날 디지털 환경에서는 자신과 관련된 정보의 생산과 수집에 대한 통제권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또한 카피라이트 권리(저작권)와는 별도로 카피레프트 정신에 입각한 정보공유권이 또 다른 권리 영역으로 대두된 것도 디지털 환경에서 나타난 새로운 변화이다.

`정보이주권’ 역시 인터넷 공간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권리 중 하나이다. 정보이주권이란 네티즌이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블로그, 커뮤니티, 앨범, 이메일 서비스 등에 집적한 자신의 데이터를 백업받아 자유롭게 다른 사이트로 옮길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아직은 다소 생소하겠지만 네티즌이라면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중요한 권리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보이주권은 인터넷 공간에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정보이주권 침해로 큰 피해를 입는 일들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지난 2002년 `프리챌’의 전격적인 커뮤니티 유료화 정책은 정보이주권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인식시켜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동안 무료로 사용하고 있던 커뮤니티 서비스가 돌연 유료화로 전환되자 많은 네티즌들은 다른 무료 커뮤니티 사이트로 활동 공간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그동안 커뮤니티 회원들이 집적해놓은 방대한 데이터들을 한꺼번에 옮길 방법이 없었다. 네티즌들로서는 아깝더라도 데이터들은 포기하고 이사를 가던지 아니면 이제부터는 돈을 내고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네티즌들이 모아놓은 데이터들이 자신들의 발목을 붙잡는 볼모가 되어 버린 것이다. 자기가 직접 만든 데이터들을 맘대로 옮길 수 있는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정보이주권 문제는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은 채 더 많은 피해 사례들을 양산해 왔다. 한때 개인 홈페이지열풍을 주도했던 `하이홈’이 2005년부터 유료화로 정책을 변경하면서 이곳에 둥지를 틀었던 수많은 홈페이지들이 미처 데이터를 옮기지 못한 채 폐쇄되어 버렸다. 같은 해 온라인 일기장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일기나라’라는 사이트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40만이 넘는 청소년들의 소중한 기록들도 다른 곳으로 이전되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 2006년에는 `오르지오 메일’ 사이트가 서비스를 접는 바람에 200만 회원들의 이메일 자료가 증발해 버렸으며, 2006년에는 가입형 블로그 사이트 `온블로그’가 사전 예고도 없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이곳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던 수많은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돌려받을 길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그리고 같은 해 무려 800만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던 대형 포털 `네띠앙’의 급작스러운 폐쇄는 정보이주권 보장 장치의 미비가 빚은 최대 참사로 기록된다.

정보이주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회원 이탈을 막기 위해 데이터 백업 장치를 마련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경영난 등으로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사업자가 사전에 충분한 공지기간을 두거나 데이터 백업 서비스를 제공해 줄 여력이 없다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네티즌들 입장에서야 자신의 데이터가 볼모로 잡혀 있는 바람에 원치 않는 사이트에 계속 발이 묶여 있어야 하고, 일방적인 사이트 폐쇄로 소중한 데이터들을 허망하게 잃어버려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으니 갑갑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네띠앙 사태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이용자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등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후 보상 장치일 뿐 정작 중요한 데이터들에 대한 안전장치는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데이터 백업 장치 제공 의무화나 사이트 폐쇄 및 서비스 정책 변경 시 사전 공지기간 의무화 같은 제도의 마련이 더 시급하다. 하루빨리 네티즌들의 정보이주권을 보장하라

2007-06-19

– 출처:  이슈투데이 http://www.issuetoday.com/
          (이 칼럼은 ‘이슈투데이’의 동의를 얻어 과실연에서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