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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칼럼] MB정부 신국가발전 전략

장래의 먹고살 거리와 삶의 터전을 만들어줄 신(新)국가발전 실행계획이 지난 9월 말로 거의 정리됐다. 정권 출범 초기의 혼란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간의 과정이 주목받지 못했으나 국감이 끝나고 11월 말께 가면 결정판이 나올 것이다. 이른바 미시경제정책의 큰 틀로서 이명박 정부 내내 큰 변화 없이 유지될 전망이다.

핵심 키워드는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5+2 광역경제권 신성장선도산업 발전’ 등이다. 하나하나의 정책에는 로드맵들이 붙어 있다. 정부는 ‘민간 중심’과 ‘수요자 위주’로 정책이 짜여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부서별 단위 정책은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 차원의 넓은 눈으로 보면 미흡한 점이 도처에서 목격된다.

◆기본계획은 크게 담아야=향후 5년간 정부의 66조원을 포함해 민간까지 합쳐 250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기본계획은 국가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R&D) 사업의 척추에 해당한다. 특히 국가 연구개발 사업은 정부 조직개편 후 교육과학기술부(정부 예산의 32.2%)와 지식경제부(동 33.8%)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본계획이 담고 있는 내용은 마치 교육과학기술부의 연구개발 정책처럼 과학기술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지경부는 기본계획과 동떨어진 산업기술 정책을 만들고 있다. 정부 내 최대부서가 된 지경부는 점점 더 ‘마이 웨이’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덕단지를 중심으로 한 정부출연 연구소마저 양분된 터라 벌써부터 연구소들 간의 벽 쌓기가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본계획이 교육정책을 매우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기본계획의 성패는 대학교육과 인재양성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통합논리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기본계획을 정리한 부서 자체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신성장산업 육성은 내실 있게=5년간 100조원 가까이(민간 비중 92%) 투자해 6개 분야(에너지·환경, 수송시스템, 뉴IT, 융합신산업, 바이오, 지식서비스) 22개 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 사업은 과거 산업자원부가 하던 일에서 아주 새롭거나 크게 진전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신성장동력산업보다는 그 바깥에 있는 미래기획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곧 지역발전위원회로 바뀜)와의 관련 때문이다. 두 위원회는 국가 비전을 짜는 기구다. 정부가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의 중핵에 배치한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비전’과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지역발전5개년 계획으로 바뀜)을 실현하는 장치가 바로 신성장동력 육성정책이다. 신성장동력이 탄탄해야지만 국가비전도 빛을 내게 돼 있다. 따라서 우선은 6개 분야 22개 산업 목표에 얽매이지 말고 단 몇 개라도 성공사례를 내는 게 정책신뢰를 준다는 점에서 절실하다. 이를 바탕으로 신성장정책과 국가비전을 맞춰가면 될 것이다.
문제는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은 거의 모든 부서가 관계돼 있는 데다 앞다퉈 정책을 남발하는 과정에서 미래위원회가 있다지만 지경부가 과연 지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국가균형발전위와도 광역경제권 신성장선도사업 발전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균발위의 계획 중 90% 이상이 국토해양부의 업무와 겹치고 있어 이것도 간단히 풀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지경부는 새 정부 들어 산업(기술)정책부서에서 국가전략부서로서의 중책이 주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운용할 수 있는 총자산이 여기에 투입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또 한 가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성화하는 문제다. 지금 지경부에는 ICT가 없다고 한다. 장관이 소집하는 국과장회의에서 ICT는 수적으로 32분의 1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지경부는 관심이 적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기관이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콘텐트 사업 등으로 쪼개져 있으니 정보통신산업을 키우고, 다른 산업과 융합시키는 일은 누가 하는가 하는 물음이 도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전략산업과 산학연=지역전략산업과 지역연고산업 육성은 수년 전부터 해오던 계속사업이다.
또 테크노파크 조성(1997~ ),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2005~ ), 지역혁신센터(RIC)사업(95~ ), 수도권 지방이전촉진사업(2004~ ) 등은 산학연 혁신역량을 결집한 혁신클러스터로 평가받아 왔다. 이제 이런 사업들은 다시 한번 정리해볼 때가 됐다. 지방대학 활성화, 지역산업 발전, 출연연구소 역할 강화라는 미시적 차원에서의 접근과 함께 향후 펼쳐질 광역경제권화, 전국토 경제벨트화, 행정구역개편 등과 연계해 봐야 한다. 과학기술비즈니스벨트 같은 신규 대형사업들도 국가경쟁력 강화와 신국토형성계획 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산업기술정책과 이노베이션 시대=캐나다는 최근 과기자문회의, 과기고문회의, 바이오테크 자문회의를 통합해 ‘과학기술이노베이션위원회’를 설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100만 명이 나가 사는 등 우수인력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데 위기감을 가진 정부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과학산업정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국립연구기관이 연구방침을 세우면 대학은 따라가는 식이었으나 올해부터 독자적인 연구방침을 세울 수 있도록 허락하면서 학부장의 권한을 강화했다. 대학 중심의 국립연구기관 연계를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여름 브라운 정권 출범 후 신설된 이노베이션·대학·기능성(DIUS)에 과기정책 주무부서를 두었다. DIUS는 옛 교육기능성(DES)에서 고등교육·기능 부문과 옛 무역산업성(DTI)의 과학·이노베이션청이 합쳐 탄생됐다.

또 재무장관이 의장인 경제발전 각료위원회 가운데 생산성·기능·고용위원회에서 과기산업정책을 다루도록 했다. 영국은 올해 과기예산을 정부예산에서 거의 유일하게 늘리면서 예산효율화와 효과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물리학·화학 등 기초연구 부문에서 올해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을 배경으로 기초연구 예산 확대와 이공계 이탈 및 기피현상을 막는 데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해서도 나고야·교토·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에 이노베이션 특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특구는 연구결과를 곧바로 비즈니스로 연결되도록 하는 연구 거점이다.
[출처: 중앙일보 200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