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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화 칼럼] 과학자들의 ‘정책 아이디어 창구’ 조차 없다

과학자들의 ‘정책 아이디어 창구’조차 없다

 김동화 한밭대 제어계측공학과 교수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힘있는 부족과 나라들이 제국을 건설하여 통치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시대를 통치했던 나라나 부족의 중요한 특징은 막강한 군사력이었다. 우수한 무기와 치밀한 군대조직으로 지역을 평정한 뒤 효과적으로 넓은 지역을 지배할 수 있도록 도로와 도시를 건설했다. 여기에는 당연히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첨단무기 제조는 그 시대의 과학기술이 큰 몫을 했다.
1970년대 배고픔을 해결하는 데 경제 건설은 절체절명의 과제였고, 그래서 과학기술이 필요했다. 당연히 과학기술자 육성과 정책은 통치자의 지상 과제였다. 국내에는 육성된 과학기술자가 없었으니 과학자를 초빙하고자 통치자가 직접 전화하고 설득한 일화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당시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열악한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혼신을 다했고, 이제 이들의 나이가 이미 60대를 거의 넘었다.
세계적인 명품 반열에 우리 것도 몇 개 올려놓았고 10대 경제강국에 버금가는 과학기술 지표도 내놓았다. 그러나 다른 경쟁이 우리 주위에 밀려오고 있다. 인도·중국·동남아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다. 국제 환경도 글로벌화되어 무한경쟁 체제다. 그래서 이에 맞는 새로운 정책 수립과 대비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잊고 자만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스럽다. 과학기술계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생각과 아이디어를 자유스럽게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자들은 직업 속성상 혼자서 실험실에서 고민하거나 만들어야 하는 관계로 경제·법조인 등 인적 네트워크로 일하는 다른 직종에 비해 말이 유창하지도, 대인관계가 원만하지도 못하다.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세상과는 담을 쌓게 된다. 그러니 정부 조직이나 정치권에 들어가서도 별로 빛을 보기가 어렵다. 국가 통치자가 알아서 이러한 점을 배려해 준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늘 그늘 속에서 일하여야 하고 제시한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음지에서 일하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는 자긍심을 가지라’는 명분만을 가지고는 훌륭한 업적을 이끌어내고 자긍심을 세워주기에는 이미 환경은 너무 변해 있다. 물론 예산을 많이 배려해 준다면 그것처럼 고마운 일은 없다. 그러나 과학기술자도 인간이기에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좋다. 적은 국가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미국과 일본 같은 나라들의 과학기술 예산 액수에 대한 절대 비교는 불가능하다. 적은 예산으로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의 자긍심을 길러주는 것이다. 효과는 백배 나온다.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자국에서 필요한 인재를 국내 대학에서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인재육성 시스템은 물론,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 육성 시스템이 없는 듯하여 안타깝다. 유학을 가야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구조도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역동적이다. 좋은 뜻으로 말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나쁜 뜻으로 말하면 조직적이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하다는 소릴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과학기술자들이 모여 교육도 과학기술도 미래지향적으로 고민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조직이 없어졌다는 데서 우리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이다.

[출처: 한겨레 200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