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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28호] 기초ㆍ원천연구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과실연 ‘과학의 날’ 성명서

 

기초·원천연구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마흔 두 번째 ‘과학의 날’을 맞는 우리 과학기술자들의 마음은 어둡다.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 우리나라도 온 국민이 경제적인 고통을 겪고 있고, 현 정부 출범 1년여가 지난 현재 국가 과학기술정책은 컨트롤타워가 없이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극복도 과학기술과 산업의 융성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선진국을 향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지는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롭게 ‘과학의 날’을 맞아 과실연은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과학기술자들도 경제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자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출발한 세계적인 불황으로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고 대졸 청년실업 등 취업난으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자들도 연구현장과 산업일선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을 돕는 일과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된 후 교육과학기술부는 민감하고 시급한 교육현안에 처리하느라 과학기술 이슈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출연연구소도 교과부와 지경부 두 부처로 나뉘어 각자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과 R&D 투자를 책임지고 이끌 리더(CTO)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신성장동력(지경부) 577이니셔티브(교과부) 녹생성장(환경부) 등 각 부처는 서로 다른 R&D 정책을 추진하는데 부처간 조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방향으로 R&D 투자를 재점검해야 한다.

 

3. 추경예산 중 과학기술 투자를 더 늘려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과학기술에 더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의회를 통과한 7000억 달러의 경제회생지원프로그램 중 1000억 달러(13%)를 과학기술 분야에 배정했다. 일본도 1차 2조엔 가운데 10%, 2차 5조엔 중 2%를 과학기술에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회에 제출된 30조원의 추경예산 가운데 과학기술 관련은 2900억원(1%)에 불과하다.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력을 키우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정치권과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4. 기초과학과 원천연구에 더 치중해야 한다

정부는 기초,원천연구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말하지만 요즘 들어 ‘2년 안에 가시적인 연구성과가 나오는 연구’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몇가지 아이템에 집중 투자해 경제위기 극복의 돌파구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기초과학과 원천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금융위기 후 재편될 세계 시장환경은 원천기술의 보호강화가 예상되며 우리나라도 ‘모방’에서 ‘창조’로 전환해야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추격형 연구환경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의 공약인 ‘기초,원천연구 투자비중 50% 확대’를 조속히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는 ‘창의적인 과학기술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은 이제까지 13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한 명도 노벨과학상을 타지 못했다. WBC 야구대회에서 일본에 절대 질 수 없다는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13:0 일방적으로 일본에 뒤처진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지금이라도 ‘기초’부터 다져나가야 한다.

 

 

2009년 4월 21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조동성 칼럼] “브루안 백 세미나”의 밥값

[시론] ‘브라운 백 세미나’의 밥값

▲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하버드 대학은 보유 기금이 369억달러(약 55조원)에서 최근 경제위기 속에 287억달러(약 43조원)로 22% 줄었지만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부자학교이다. 하버드 안에서도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교수들의 가장 높은 연구 업적과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가진 대학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가장 큰 예산과 가장 고급스러운 강의시설로 유명하다. 전임교수 219명 중 95명이 석좌교수이며, 교수 1인당 5명이 넘는 직원 1146명에 1년 예산이 4.5억달러(약 6750억원)에 달하는, 자본주의의 메카이다.

연구년을 이용해서 1월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전략 분야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포터 교수와 공동으로 국가경쟁력 연구 및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학 전략 전공 교수 20여명은 매주 화요일 점심 시간에 브라운 백 세미나(brown-bag seminar)를 한다. 원래 브라운 백이란 샌드위치와 콜라 한 병을 담을 수 있는 갱지로 만든 봉투인데, 보통은 점심식사, 의역하면 도시락을 의미한다. 며칠 전 이 세미나를 소집하는 직원으로부터 이메일이 날아왔다. “… in light of the current economic crisis lunch/refreshments will not be provided.” 경제 위기 때문에 학교에서 점심과 음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통지였다. 교수 20명이 먹는 샌드위치라야 고작 5달러(7500원) 정도이니 합쳐서 100달러(15만원)에 불과할 텐데, 세계 최고의 부자 대학이 이렇게 적은 비용을 아끼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봄 방학을 이용해서 한국에 일주일 정도 출장 나왔다. 비행기에서 펼쳐든 한국 신문에는 과거 유명 브랜드 제품이나 자동차·가전제품·아파트 분양 등으로 가득 찼던 광고란이 폐업세일이나 떨이 상품, 운명철학관으로 채워져 있다. 영세 상인들을 위해 무료광고를 해준다는 신문사 광고까지 보인다. 대학에는 휴학생들이 늘어나고, 기업에서 파견된 MBA 학생 수도 반 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최고경영자 과정에는 찬바람이 돌고, 아예 폐강하는 과정도 있다. TV 뉴스에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정부 지원 없이는 더 이상의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주일의 여행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펼쳐든 미국 일간지에는 미국의 대표기업이라 할 수 있는 GE가 에너지관련 산업에 40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1년 전 38달러(5.7만원)였던 주가가 최근 5.73달러(8600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광고란에는 브랜드상품, 예술품 판매, 보험상품들이 보인다. 하버드에 돌아오니 올 9월 MBA 과정 입학을 위한 신청자 수가 20% 늘었다고 한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두 나라를 비교해보니, 현재 불황이 과거 어떤 위기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데 대해서는 동감하지만, 위기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느껴진다. 미국 국민과 기업들은 교육비를 늘리고, 자신이 처한 어려움에 관계없이 에너지와 환경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위기관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교육비·광고비·개발비를 과감하게 줄이고, 시설투자에도 소극적이다. 반면 (점심값 같이) 우리 삶에 불편을 초래하는 일반관리비 절감에 대해서는 뼈를 깎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나라 기업의 행태는 두 나라를 앞으로 어떻게 갈라놓을까?

구조조정은 늘릴 것과 줄일 것을 구별하지 않고 줄이는 것이 아니다. 줄일 것은 줄이고, 늘려야 할 것, 즉 생존 후의 성장과 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인 구성원·제품·고객을 위한 교육비, 개발비, 광고비를 늘리는 것이 진정한 구조조정이다. “3ㄱ(기역)”에 투자하라!

[출처: 조선일보 2009.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