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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칼럼] ‘녹색성장’스타트….부처 공조에 성패 달려

2010-04-27 중앙일보
‘녹색성장’ 스타트 … 부처 공조에 성패 달려
이명박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녹색성장 정책이 본격적인 시행단계에 들어갔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4월 14일)되면서 각 부서에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 녹색성장 관련 예산은 22조원이고 2013년까지 107조원(4대 강 사업 포함)이 들어간다. 시행령도 공포돼 환경부와 지식경제부의 소관 다툼이 정리됐다. 환경부는 국가 및 사업장의 온실가스 종합관리를 총괄하고, 지경부는 녹색산업 발전을 책임지게 됐다.
이제부터는 국내적으로는 기업과 지역으로 정책이 확산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오는 11월 G20 서울 회의를 겨냥해 국제협력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는 에너지 자원기술, 기후변화 대응기술, 환경기술, 융합기술 개발을 통한 녹색산업 육성정책을 본격 추진할 태세고, 환경부는 관련 산업 지원을 위한 규제완화와 새로운 기업환경 변화에 따른 신규제를 마련하는 중이다. 신규제는 예고제를 통해 기업을 선도하는 방안이 전문가들 사이에 검토되고 있다.
◆유관기관 간 공조=녹색정책이 상류에서 하류로 가면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곳은 환경부와 지경부, 기획재정부 산하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환경공단, 한국에너지관리공단, 녹색기업협의회, 기술보증기금 등. 이들의 공조가 환경-개발-금융을 엮는 녹색성장 정책의 성공을 담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각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해 두되 정보교환 통로를 확보해 기업들이 이중규제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역발전과 연계=지역발전의 핵심인 광역경제권의 선도사업으로 녹색성장을 위치시킴으로써 지역 대학과 기업의 클러스터를 정착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지역별로 모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역의 녹색성장 역량을 진단할 ‘자치단체 녹색경쟁력 지표’를 공표했다.
중앙과 지방의 녹색성장 책임관 회의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풍력발전, 태양열 발전, 바이오 매스, 태양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전국적으로 특징 없이 펼쳐지고 있어 새로운 관리체계가 필요한 실정이다. 박재완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중앙대 교수)이 주축이 되어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등에 대한 지역의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
◆원자력을 재점검=녹색성장을 떠받쳐주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원전의 상업용 수출계약이 성사되면서 국내 원전 증설에 필요한 인력과 수출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60개국 이상이 원전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당기간 인력부족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총 11기인데 지난해 9기를 착공해 건설 중인 원전은 세계의 3분의 1을 점하는 20기에 이른다. 중국 당국은 향후 10년간 1만 명 이상의 운전요원과 2000명 전후의 전문지식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며 원자력 관련 학과 증설과 기술교육 확대책을 내놓고 있다. 두 번째는 안전과 표준화 문제로 이것이 향후 원전수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국제화를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최근 원자력안전백서에 안전·표준화가 향후 수출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군철 원자력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이 중심이 돼 중·장기 인력양성책을 다듬고 있다.
◆국제협력의 시동=지난주 일본 나라에서 열린 한·중·일 30인회의에서는 환경대책과 성장을 양립시키는 전략으로 정부 간 정책협조를 진행하기로 했다. 스마트 그리드의 기술개발 연계와 환경·에너지 분야에서의 규격표준화도 서두르자는 의견도 나왔다. BRICS, 메콩강 유역국 정상회의 등도 거의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중국과 일본이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발표한 오는 6월 중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 출범을 앞두고 분주하다. 11월 G20은 포스트 코펜하겐을 위한 중간 정리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GGGI는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과거 한국개발원(KDI) 같은 싱크탱크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 GGGI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눈치작전도 엿보인다.

곽재원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성명서31호]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다시 세워야 한다”

[과학의날 성명서]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다시 세워야 한다”

 마흔 세 번째 과학의 날을 맞는 우리 과학기술인의 마음은 실로 무겁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2012년 과학기술 7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야심찬 577전략 청사진을 내걸고, 지난 2년 반 동안 국가 연구개발비의 GDP 대비 5% 수준으로 확대, 신성장동력 창출, 기초원천 연구개발 투자비율의 50% 확대, 원자력과 우주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 한국연구재단의 출범 등 굵직한 과학기술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으며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들어 과학기술정책의 근본적인 틀이 흔들리고 있다는 과학기술인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통합 이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R&D 조정능력의 한계가 노정되며,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의 부재에 의한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 예산의 배분, R&D 효율화 방향, 교과부와 지경부의 소모적 경쟁, 녹색기술 연구개발의 부처간 조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전략 등 중요한 과학기술 관련 이슈에 대해 누가 어떻게 통합적으로 조정해나가는 지, 과학기술계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컨트롤 타워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집권 중반기를 맞아 정부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 그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577 전략을 포함해서 주요 과학기술 정책의 집행 현황과 드러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 평가하고, 향후 올바른 방향으로 보완해나갈 방안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정부는 과학기술계와의 소통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는 창구를 조속히 마련하여, 과학기술인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 반영해 나가야 한다. 이런 진솔한 노력이 전제될 때 비로소 모든 과학기술인의 가슴과 머리로 진정한 과학기술 강국의 길을 함께 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과실연은 과학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이 바른 과학기술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가 과학기술계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현재 추진 중인 주요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객관적인 중간 점검과 철저한 보완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2010. 04. 21.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과실연)

[이덕환 칼럼] 인간과 유산균의 평화 공존

2010-04-17 조선일보
인간과 유산균의 평화공존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막걸리에 우리 몸에 좋은 유산균이 넘쳐난다고 한다. 막걸리 1병에 들어있는 유산균의 양이 요구르트 100병에 들어 있는 유산균과 맞먹을 정도라는 것이다.
유산균의 대명사인 요구르트는 중동의 목축 지역에서 처음으로 제조법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16세기 초반 ‘프랑스 르네상스의 아버지’로 알려진 프랑수아 1세가 요구르트의 맛을 처음 보았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와의 오랜 전쟁에 지친 프랑수아 1세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유대인 의사가 멀리 콘스탄티노플에서 왕진(往診)을 왔다.
그는 수십 마리의 양을 몰고 걸어서 프랑스로 찾아왔다. 그는 프랑수아 1세의 우울증 원인은 소화불량이라 진단하고 그에게 요구르트를 처방하고자 했다. 하지만 양젖을 짜서 발효시킨 요구르트를 긴 여행기간에 보존할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아예 양떼를 몰고 온 것이다. 요구르트 덕분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프랑수아 1세의 병은 치유가 되었다. 그러나 긴 여행에 지친 양은 모두 죽어버렸고, 유대인 의사는 요구르트의 비법을 알려주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프랑스에 요구르트가 본격적으로 전해진 것은 그로부터 400년 후인 20세기 초반이었다.
우리에게 유산균이 소개된 것은 40여년 전이지만 실은 김치가 바로 유산균 덩어리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이 유산균을 이용해서 만든 전통식품을 가지고 있다. 소·양·염소·말·낙타와 같은 가축의 젖을 발효시킨 요구르트와 독일의 사워크라우트(양배추절임)와 시큼한 맛이 나는 치즈가 모두 그런 전통식품이다.
유산균은 포도당이나 젖당과 같은 당(糖)을 발효시켜 젖산을 만들어내는 유산간균(桿菌), 유산구균(球菌), 비피더스균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를 통틀어 일컫는 이름이다. 유산균은 자연에서 동물이나 식물의 잔해가 분해되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우리가 먹을 것을 찾는 곳이면 어디에나 유산균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런 유산균이 우리 인간에게 심각한 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간과 유산균이 오랜 진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길을 찾아낸 셈이다.
유산균은 시큼한 젖산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대부분의 박테리아가 젖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유산균은 젖산을 만들어 박테리아들을 쫓아내고 먹이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유산균의 그런 생존 전략이 우리에게는 전혀 다르게 활용된다. 유산균이 번성하는 음식에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잡균(雜菌)이 있을 가능성이 낮다. 젖산 특유의 시큼한 맛이 우리에게는 식품의 안전성을 확인시켜 주는 보증수표가 되는 셈이다. 우리가 시큼한 발효식품을 좋아하게 된 것도 오래전부터 경험을 통해 그런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식품의 부패를 막기 위해 일부러 살아 있는 유산균을 넣어주기도 한다.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젖산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면 장(腸)에 있는 유해 세균의 번식이 억제되는 정장(整腸)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구르트가 대표적인 장수 식품으로 알려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젖산이 우리에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젖산이 너무 많아지면 근육에 피로감이 느껴지고, 심한 경우에는 근육통이 생기기도 한다. 치아의 에나멜층을 약화시켜 충치가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내에 살아 있는 유산균이 직접 정장 효과를 나타낸다는 주장도 있다. 광고를 통해 잘 알려진 러시아의 노벨상 수상자 엘리 메치니코프가 그런 주장을 처음 제기했던 원조다. 우리 장 속에 살고 있는 400여 종의 박테리아를 유산균처럼 바꿔주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요법이 흔히 그렇듯이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런 주장을 얼마나 믿을 것인지는 각자 선택할 일이다. 그러나 만병통치의 신비술보다는 건전한 상식이 우리 건강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막걸리 열풍은 반갑다. 그런데 ‘막걸리는 유산균 최고’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화에 도움이 되는 식이섬유와 단백질, 비타민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 성분에 대한 자랑까지 더해지면 막걸리는 더 이상 술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준 ‘영약'(靈藥)이 돼버린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다.
막걸리를 진시황이 찾았던 불로초나 그리스 신들이 먹었다는 암브로시아로 만들 이유는 없다. 확인하기 어려운 막걸리의 효능을 과장하기보다는 확실한 품질과 우리의 멋진 전통을 자랑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고 현실적이다. 막걸리에 유산균이 너무 많으면 너무 시큼해서 맛이 떨어진다. 무작정 유산균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시큼한 맛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막걸리의 진정한 세계화는 신비화가 아니라 과학적인 품질 관리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