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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칼럼] 하토야마, IT-과학기술-지적재산 정책 통합

2010-05-20 중앙일보
하토야마, IT·과학기술·지적재산 정책 통합
…신성장 전략에 ‘올인’
출범 8개월째 지지율 20% 전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일본 하토야마 정권이 기사회생을 위한 승부수로 6월 중 신성장전략을 내놓을 참이다. 총리실이 지난해 12월 말 발표한 신성장전략의 기본방향을 반년 가까이 다져온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그 모습이 거의 드러났다. 신 성장전략은 디플레이션 타개와 균형 있는 성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전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일본 주요 기업들의 업적이 크게 호전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예컨대 도요타·혼다를 비롯한 자동차 10개사가 2010년 3월 결산에서 모두 영업흑자를 기록했고, 히타치와 파나소닉을 중심으로 한 전기·전자 8개사도 전부 영업흑자를 보였다. 부품·소재 업체와 공작기계 업체들도 같은 양상이다. 기업들은 내년 전망을 더욱 밝게 보고 있다. 이러한 업적 호전이 정부 정책에 뒷심이 되면서 그 실현성을 높이고 있다.
둘째는 특히 세계 자동차·전자· 조선 시장은 물론 인프라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에 대한 경계감이 정책 추진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재계·언론·정부가 한목소리로 연일 한국 경계론을 외치고 있다.
◆정부와 재계의 총출동=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최근 기업금융원활화 지원이라는 특이한 조치를 통해 기업의 금융상품을 매입하거나 기업의 해외진출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여주는 자금 지원책을 내놓았다. 이 제도의 핵심은 환경 및 에너지, 관광, 새로운 연구개발 등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돈이 빨리 돌도록 올여름부터 상환까지 6개월~1년간 연 0.1%의 초저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특정 분야에 대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제도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경제산업성(한국의 지식경제부에 해당)은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침으로서 ‘산업구조 비전’을 마련, 법인세를 국제적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일본 법인세율은 40%로 구미(歐美)·아시아와 10~15%포인트 차이가 있다. 국내외 기업을 일본 내로 끌어 잡아두기 위한 방편이다. 이에 따른 세수 부족을 소비세 인상으로 커버한다는 논의가 무성하다. 경제협력협정(EPA) 교섭과 원전·철도·수도 등의 인프라 수출 추진, 기업 인수합병(M&A)을 쉽게 하기 위한 환경정비와 인재육성을 담았다. 이러한 조치들은 6월에 발표할 신성장전략의 핵심 내용이 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7월 경제위기로 금융기관의 자금공급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가운데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을 위해 만든 관민 출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이번에는 도시바·미쓰비시상사 등 대기업과 손잡고 원전·수도 사업 등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의 인프라와 소비를 잡아라=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시아의 명목GDP(국내총생산)는 2009년 14.5조 달러로 유럽연합(EU)·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확대됐고, 2015년에는 23.3조 달러로 신장될 전망이다. 경제성장을 가속시키는 도로·수도·원전·차세대 초고속통신망 등 많은 인프라 정비가 아시아 전역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수요는 향후 10년간 약 8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일본 국가예산의 약 8년분에 해당한다. 게다가 중간소득층(세대 가처분소득이 5000~3만5000달러)의 비율이 매년 높아져 현재 8억8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 시장을 겨냥해 아시아 블루펀드 상품을 개발한 미즈호증권을 필두로 금융·증권사들의 진출이 강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소위 아시아를 키워서 돈 번다는 ‘아시아 소득 배증계획’을 추진 중이다. 일본정책투자은행·국제협력기구(JICA)가 앞장서고 기업이 뒤따르는 방식이다. 메콩강 개발프로젝트, 인도와의 고속도로 및 원자력 협력, 베트남과 중국의 국경지역에서 인도를 통과하는 이른바 ‘북위 23도 경제대역 개발’ 등 전방위적인 공략이다. 미쓰비시상사·미쓰이물산 일본 6대 종합상사는 내년 3월 결산까지 과거 최대인 2조5000억 엔(약 30조원)을 아시아 등 신흥 개도국의 자원 및 인프라 정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산업·과학기술정책을 융합=하토야마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정책결정 과정의 양 축이 국가전략실과 행정쇄신회의다. 신성장전략은 국가전략실에서 짜고 이에 필요한 기구와 예산은 행정쇄신회의가 맡고 있다. 특히 행정쇄신회의는 정부와 관련기구의 사업예산 분석을 통해 낭비예산을 줄이는 동시에 조직 개편과 역할 재조정을 하는 중이다. ‘쇄신 없이 투자 없다’는 정책철학이 과학기술 분야에도 성역 없이 적용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곧 종합과학기술회의(한국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해당)와 총리실 산하의 지적재산전략추진본부, IT(정보기술)전략본부를 통합해 ‘국가과학기술전략회의’를 출범할 계획이다. 산업정책과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경제위기 후의 산업패러다임 전환을 바꿀 양대 이노베이션(그린 이노베이션과 라이프 이노베이션)을 실행하려면 범부처적으로 힘을 쓸 수 있는 강력한 기구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현재 기초연구와 빅 사이언스를 담당하는 문부과학성, 응용개발 연구와 산업화를 담당하는 산업경제성 산하의 연구기관(독립 행정법인)들의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곽재원 경제연구소장

[곽재원 칼럼] 세계 철광석 자원 무기화 가속

2010-05-11 중앙일보
세계 철광석 자원 무기화 가속
…5~10년 후 ‘철강 쇼크’ 올 수도
철강가격이 크게 올라 세계 경제의 새로운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에서 이언 크리스머스 세계철강협회(WSA) 사무국장은 철강가격 폭등과 관련한 우려와 경고를 표명했다.
“첫째는 최근의 전례 없는 철광석과 원료탄의 가격상승이 철강회사들과 그 고객들의 수익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많은 나라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둘째는 주요 자원회사들이 철광석 가격 결정방식을 연간계약에서 일방적으로 분기별 계약으로 바꿈으로써 철광석 가격과 철강 스크랩 가격의 안정성을 크게 해칠 것이며 이것이 전체 철강 공급사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셋째는 철광석시장이 3개사(브라질 발레, 호주의 리오 틴토 및 BHP 빌리턴)로 이미 과점화된 상황이라 각국의 경쟁당국은 이들이 더 이상 협력하는 데 반대하는 게 확실하며 현재의 시장집중 문제도 철강소비자와 전반적인 사회의 관점에서 들여다 볼 것이다.”

◆자원국으로 넘어간 협상파워=올 2분기(4~6월)는 지난 2월까지의 3개월간 현물가격의 평균치를 산출, 그 가격으로 판매가가 정해졌다. 2분기 이후는 4분기마다 3개월 평균치를 사용하기로 했다. 철강메이커와 자원메이저 간의 가격개정은 지난 20년간 연 1회 벤치마크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로써 신일본제철, 포스코 등(철강메이저)과 브라질 발레 등(자원 메이저)의 파워균형이 붕괴돼 철광석 가격은 올 2분기 t당 105달러로 작년 대비 90%나 올랐다. 과거 최고치다. 지금까지는 철강기업과 자원기업의 교섭은 가격변동을 양측이 흡수하는 상호이익주의를 원칙으로 했으나 2000년대 들어 신흥개도국의 대두로 균형이 무너진 것. 여기서도 중국변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지난해 조강생산량은 5억7000만t으로 세계 생산의 절반 가까이 됐다. 전년비 증가분만으로도 포스코 연간생산량의 두 배를 훨씬 넘는 7000t을 기록했다. 철강 선진국을 압도하는 구입선의 출현으로 철강원료는 판매처의 시장으로 변했다. 실제로 발레의 지난해 철광석 판매량은 중국이 57%를 차지했고 신일철은 9%에 불과했다.
세계 철강수요가 정점에 달했던 2007년께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 미탈에 의한 기업매수공세가 철강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꾼 것도 철강원료 가격폭등을 야기한 큰 요인 중 하나다.
한편 철광석의 경우 세계 해상 무역량의 약 30%를 발레가 차지했고, 리오 틴토와 BHP 빌리턴이 합쳐서 약 40%를 지켰다. BHP는 원료탄에서도 세계 셰어의 30%를 갖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 원료탄 가격도 2분기에 전년비 55%나 올랐다.
◆철광석 가격 5배의 시대=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위기로 원유가격은 배럴당 2달러에서 20배인 40달러로 뛰어 올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세계 셰어는 5할을 넘어섰다. 일본 고베제강소는 지금 발레 등 자원메이저 3사의 합계가 7할 가까이 철광석 셰어를 쥐고 있어 철광석 가격이 5~10년 후 5배로 뛰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세계철강협회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철강재의 소비량은 전년비 10.7% 증가, 약 12억4090만t으로 2007년의 과거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수요는 전년비 6.7%, 중국 이외의 수요는 14.4 %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도 세계 수요는 올해보다 5.3% 늘어난 13억62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중국 이외의 수요는 올해, 내년 모두 2007년 수준을 하회하는 등 수요가 늘어나는 신흥개도국과 회복도상에 있는 선진국이 다른 양상을 나타낼 전망이다.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철광석 수입량이 작년과 같다고 가정할 때 철강, 전력, 화학, 자동차, 전자·전기산업 등을 포함해 일본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담은 전년비 7000억 엔(약 8조원) 늘어나며, 석탄과 원유 가격 상승까지 감안하면 일본 경제에 대한 부담은 3조3000억 엔에 달할 전망이다. 게다가 생산회복이 이뤄져 수입량이 10%만 늘어도 부담증가는 5조 엔에 이르러 일본 기업의 영업이익을 8% 정도 낮출 만큼 큰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반면 자원메이저 3사는 올해 이익이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망했다.
◆‘백화제방’형 생존 전략=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현재 펼쳐지고 있는 각국의 전략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자원메이저와 철강메이저의 신뢰 회복이다. 지난해 일부 철강사가 연간 계약을 지키지 않고 구입정지 및 값싼 철광석 조달로 나서는 바람에 광산 측이 일방적으로 손해 봤다는 그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신일철과 손잡고 시장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둘째는 기존 광산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겨냥한 자원개발과 자원기업의 지분 확보다. 셋째는 저품위의 철광석을 사용하거나 효율 높은 신용광로를 개발해 자국 또는 개도국에서 가동하는 것이다. 넷째는 철강 녹색기술을 수출하는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작성한 ‘철강산업의 금후 방향성과 액션 플랜’에서 ▶국내 경영기반 강화 ▶신흥 개도국의 수요 개발과 지원 ▶원료 문제의 해결 ▶지구온난화 문제 대응 등 4개 항목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품질경영, 연구개발, 개도국 금융지원, 대형 항만 인프라 정비, 신형 코크스로와 같은 최첨단 에너지 절약기술 도입 등 민·관·연 종합전략을 추진 중이다.

곽재원 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