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5월 2011

[김승환 칼럼] 마음으로의 달 여행

[김승환 칼럼]
마음으로의 달 여행
1961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10년 내 사람을 달로 보내겠다”고 선언, 국민 자존심을 건 우주 경쟁의 막을 올렸다. 지난 주 이 역사적 선언 5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조카인 패트릭 케네디 전 하원의원은 또 다른 도전을 선언했다. 바로 ‘마음으로의 달 여행’을 위해 뇌과학 진흥의 봉화를 올린 것이다.우리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기관이자 ‘내부 우주’로 불리는 뇌는 다른 분야에 비해 알려진 것이 적다. 뇌는 1,000억 개의 뉴런과 1,000조(兆) 개의 시냅스 연결로 이루어진 복잡계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고도의 인지 기능을 수행한다. 어떤 뉴런과 뇌 회로가 인지 기능과 질환에 어떻게 관련되는 지 밝혀내는 것은 뇌에 대한 접근성의 어려움 때문에 난제로 남아 있다.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뇌에 대한 융합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케네디가 주창한 ‘One Mind for Research’ 캠페인은 뇌 연구자, 정책입안자, 기부자들이 마음을 모아 치매부터 자폐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뇌에 대한 모든 연구를 하자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정부지원 100억 달러와 민간기부 5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보통 뇌 연구가 질환별로 분류되는 경향이지만, 뇌 전체에 대한 통합적 이해 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 연구가 간질 연구에 도움을 주는 등 뇌 질환 치료법을 찾는 노력을 함께 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1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뇌 공동연구와 연구인력 확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직 뇌 연구 투자는 미국 일본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뇌 연구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월드사이언스포럼에서 10년 내 ‘뇌 연구 7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였고, 정부도 2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통해 10년간 1조5,000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가 차원의 뇌 연구를 이끌 ‘한국 뇌연구원’은 과학 분야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여기는 뇌 연구를 아우를 첫 국가전문연구기관으로 과학계의 기대가 크다.

한국뇌연구원 설립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초대형 국책사업과의 복합적 고려로 늦어졌지만, 국가적 뇌 연구의 핵심 인프라가 조속히 정착되기를 과학계는 바라고 있다. 이 연구소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수한 학제간 연구인력 확보, 수월성 기반의 융합연구, 두뇌산업 창출을 위한 산학연 연계체제의 정착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뇌의약학, 뇌과학, 뇌공학, 뇌인지과학 등 4대 분야의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고, 전국의 우수한 뇌과학자나 뇌연구소들이 참여하는 개방형 네트워크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뇌연구원이 설립되면 ‘뇌연구 7대 강국’ 목표의 조속한 달성을 위하여 기존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재조정하고 뇌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학제간 분야의 국내 뇌과학 연구자들이 좀 더 조직화되고 전국의 뇌 연구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집한 협력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제 ‘마음으로의 달여행’을 위한 세계적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 야심 찬 세기의 도전을 위해 우리도 한 마음으로 뇌 연구 캠페인을 펴나가자.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과실연 집행위원장
(** 본칼럼은 5월30일 한국일보에 실렸습니다.)

[박행순 칼럼] 21세기 교육은 티칭에서 코칭으로

21세기 교육은 티칭에서 코칭으로

전 세계적으로 IT 산업 다음으로 확산 발전되어가는 코칭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의 21세기 교육에 바야흐로 코칭리더십이 포함되고 있다. 과거의 일방적인 가르침에서 탈피하여 학생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자기 계발 코칭과 기업에서 요구하는 리더십을 기르기 위해 대학들이 코칭리더십 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전남대학교에서는 신경언어학(Neuro-Linguistic Programming) 코칭 전문가를 초빙하여 일반과정, 마스터과정, 그리고 교수과정까지 거치는 3단계 시스템을 구축하여 코칭리더십 교수를 양성하였다. 신설된 자기계발 코칭리더십은 학생들 사이에 단연 최고의 인기 교과목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내가 가르치는 외국인 유학생반에서는 중국, 필리핀, 카자흐스탄과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울려 글로벌 리더로서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자기계발 코칭리더십을 잘 설명하는 성경의 한 예화가 있다. 어떤 주인이 먼 길을 떠나면서 세 사람의 종에게 각각 금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그리고 한 달란트를 맡겼다. 금 한 달란트는 약 30kg의 가치이다.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를 맡은 사람들은 장사하여 각각 두 배의 이윤을 남긴 반면, 한 달란트를 맡은 사람은 그 엄청난 자산을 땅속에 묻어둔다. 나중에 그는 주인으로부터 호된 책망을 받고 쫓겨난다.

우리 모두는 생의 끝, 그 종말의 순간에 절대자 앞에서 자기가 맡은 달란트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정산해야 하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맡은 달란트를 사장시키지 않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바로 자기계발 코칭리더십이다.

코칭리더십 교육은 자신의 정체성 확립과 더불어 꿈과 비전을 수립하고 잠재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긍정적 미래가 실현되었을 때의 느낌과 성취감을 상상하면서 단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도록 촉구한다. 나는 능력이 부족해, 나는 자신감이 없어, 우리 집은 가난해 등등 자기 스스로를 묶는 잘못된 제한신념들을 찾아내서 이를 극복하도록 돕는다. 또한 원활한 의사소통, 갈등 관리와 협상,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 등을 팀 실습을 통하여 배우고 거듭되는 발표로 자신감을 키워 나간다. 나는 학생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평가 절하하며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자기계발 코칭을 통하여 학생들의 꿈과 미래를 열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어서 큰 보람과 긍지를 느꼈다.

코칭리더십 교육은 배우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곧 정년을 맞는 내게도 귀한 가르침을 주었다. 그간의 교육 경험과 전공지식, 성공뿐만 아니라 수많은 실수와 실패도 나의 소중한 자원이며 귀한 자산이다. 이러한 자원들을 더 이상 활용하지 않는 것은 달란트를 땅에 묻어둔 종처럼, 자신의 막대한 가치를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깨닫게 되었다.

‘자동차의 낡은 타이어를 새것으로 갈아 끼우다’라는 ‘retire’가 정년퇴직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이다. 나는 요즈음 새로운 사명과 소명을 따라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네팔에서 펼쳐질 나의 미래에 대한 꿈과 기대에 부풀어 있다.

박행순 전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사)국제과학문화협회 대표/과실연 자문위원

2011.5.25. 광주일보 은펜칼럼

[오세정 사설] 과학비즈니스벨트,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침논단] 과학비즈니스벨트, 이제부터 시작이다

과학연구와 지원 방식 산업화 시대 만들어진 추격형 응용개발 중심에서 창의형 기초원천 중심 전환 시급… 자율성이 방만으로 흐르지 않게 秀越性 원칙 철저히 지켜야
말도 많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입지가 지난주에 선정, 발표됐다. 과학벨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중(重)이온가속기는 대전을 중심으로 한 충청지역에 들어서고, 50개 연구단 중 15개 내외는 광주와 대구·경북·울산 지역에, 그리고 10개 내외는 전국에 분산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선정 결과가 발표되자 과학벨트 유치에 나섰다가 탈락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단체장과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대체로 그 큰 그림에는 수긍하는 듯하다. 물론 분산배치된 연구단의 개수나 지역 문제 등에 관해 과학자들 간에 이견이 없지는 않지만, 이는 앞으로 진행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된다.

아마도 과학벨트에 관한 갈등이 이 정도로 진정되어 가면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급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실 과학벨트 사업의 성패(成敗)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입지 선정은 집터를 찾은 것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 어떤 집이 만들어지느냐는 앞으로 어떤 설계도로 어떻게 건축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설계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이 시점에서 왜 우리나라가 과학벨트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되새겨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지역 갈등에 휘말려 이런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토론은 뒷전으로 밀렸었지만, 앞으로는 활발한 토론을 통해 중지(衆智)를 모으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감시의 눈이 있어야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올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과학벨트 사업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나라 과학연구와 그 지원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문턱에 서 있는 한국은 과학기술 연구개발 사업도 과거처럼 선진국을 모방하며 따라가는 추격형에서 탈피하여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형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단기적 산업발전을 위한 응용 개발연구 위주에서 장기적인 기초 원천연구 지원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과학벨트의 중심인 기초과학연구원은 바로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초과학 연구에의 투자는 인류의 지적 자산에 기여하는 선진국의 의무인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일본이 경제발전 규모에 비해 기초연구 투자에 소홀히 하다 ‘경제적 동물’이라고 손가락질받았던 전철을 밟아서는 우리나라가 존경받는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설립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뒤로 카이스트 개교, 여러 정부 출연 연구소의 설립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따라가고 산업발전에 기여한 것은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됐다. 국가 연구개발 정책과 제도도 이에 맞추어서 발전했고, 이러한 시스템이 과거에는 매우 효율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21세기 창의시대를 맞아 산업화시대에 만들어진 관리 위주의 제도는 연구원들의 창의성을 옥죄는 등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기초과학연구원에 도입하려는 다년간의 연구예산 지원, 원장 임기 5년 보장, 외부 연구비로 인건비를 충당하는 PBS(Project Based System) 제도 적용 배제 등은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내의 연구환경을 새 시대의 요구에 맞도록 개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연구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러한 제도들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연구원의 ‘자율성’이 ‘방만함’으로 변질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수월성(秀越性)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제까지 32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연구소장들에게 절대적인 자율권을 보장하지만, 연구소장을 뽑을 때에는 가혹하리만큼 ‘수월성’의 잣대를 들이댄다. 자신들이 설정한 절대적인 수월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예산과 자리가 있더라도 새로운 소장을 뽑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기초과학연구원도 이처럼 수월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서, 어느 지역에 몇 개의 연구단이 배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제외하는 철저함이 요구된다. 이러한 철저함이 있어야 기초과학연구원이 세계적인 업적을 낼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기초연구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서울대 교수·과실연 공동대표

(** 본칼럼은 5월22일 조선닷컴에 실렸습니다.)

[김승환 칼럼] 무리 짓기와 사회

[김승환 칼럼]

무리 짓기와 사회

무리짓기는 인간 사회의 본능적 속성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관계를 맺고 집단에 속하려 하고, 이 관점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다. 인간이 이루는 사회가 보여주는 예측할 수 없는 집단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새롭게 부상한 사회물리는 인간을 ‘사회적 원자’로 보고 패션의 유행, 집단적 히스테리, 민족주의 분출, 불규칙한 교통흐름, 금융시장 등락 등 전통적 방법으로 풀지 못한 복잡한 집단현상에 숨은 패턴 혹은 법칙을 과학적으로 찾아내고자 한다. 자연을 이해하는 데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던 과학적 방법론으로 무리짓기의 다양성과 복잡성의 원리를 이해하고 복잡한 사회 현상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개체이지만 사회적 동물로 무리를 짓고 산다. 개인의 행동과 마음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물리방정식은 불가능하겠지만, 그 총합인 사회의 집단적 행동은 자연과학 방법론과 컴퓨터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예측을 시도할 수 있다. 바다에서 물고기 사냥에 의존하는 펭귄은 천적인 범고래와의 룰렛 게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펭귄 무리 중 누가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가의 게임에서, 한 마리의 용감한 행동이 무리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 <사회적 원자>의 저자 마크 뷰캐넌에 의하면 인간은 “이성적 계산기가 아니라 펭귄과 같이 무리를 지어 서로를 모방, 적응하며 사는 기회주의자”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는 상호 협력을 통해 복잡하지만 잘 조직된 집단행동을 보여준다. 버블과 폭락 등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현상도 고전적 패러다임을 벗어나 시장 주체들의 집단행동 양식으로서 사회물리적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자기조직화 현상은 각 개체가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패턴을 스스로 발현하는 복잡계 (complex system)의 대표적 특성으로, 최근 복잡계 과학 등을 통하여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주제이다. 사회물리는 복잡계 과학의 훌륭한 실험실이자 엄청난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가니지와는 저서 <왜 인간인가>에서 인간다움의 특별함이 ‘뇌의 사회성’에서 온다고 주장한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사회적으로 진화한 엄청난 노하우가 뇌의 회로에 축적되었다고 본다. 인간은 서로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며 협동과 경쟁의 양면성, 비사회성의 위험 등을 학습하며 우리 뇌의 사회적 본성을 최적화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혁명의 가속화와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세계는 정보화시대를 넘어 새로운 소셜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는 인간의 뇌가 최적화된 사회적 측면을 직시하고, 무리짓기의 근원적 이해라는 시대의 핵심 화두를 붙잡아야 한다. 사회물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개척을 위해 복잡계 이론, 네트워크과학, 뇌과학, 행동경제학, 진화심리학 등 다양한 학제간 방법론이 융합되고 있다. 특히 무리짓기 모델은 게임의 물리엔진, 드론 등 무인비행체의 편대 비행, 마이크로 로봇 군단의 행동 전략과 집단지성, 생체 모방형의 인간공학 등 교통, 항공우주공학, 로봇공학 등에서 폭 넓은 활용과 무한한 응용 영역의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집단을 움직이는 무리짓기의 숨은 원리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사회적 과제에 깊은 통찰력과 새로운 해법의 가능성을 제공할까. 무리짓기의 흥미로운 과학이 촉발한 야심 찬 도전이 일깨우고 선도해 나갈 인간 사회의 미래가 자못 궁금하다.

(** 본칼럼은 5월2일 한국일보에 실렸습니다.)

[임주환 칼럼] ‘망중립성’ 정책방향 세워라

[임주환 칼럼]

 `망중립성` 정책방향 세워라 

스마트폰 사용자들끼리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카카오톡이 최근에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카카오톡 회원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현재 회사는 적자이지만 기업가치는 1000억 원을 넘었다는 얘기도 들리는 등 새로운 스타 벤처기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과도한 트래픽 유발 때문에 카카오톡이 이동통신사와 갈등관계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000만 명의 카카오톡 가입자가 기존의 이동통신망을 통해 무료문자서비스를 사용함에 따라 이동통신사는 매일 40억 원 가량의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니 이동통신사의 마음이 불편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동통신사업자는 문자 한 개에 20원씩 과금을 하고 있으나, 문자는 데이터의 한 형태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는 문자를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추가로 요금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 음성전화가 이동통신사의 주된 수입원인데 요금이 거의 부과되지 않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가 도입되고 있다. 스카이프, 바이버, 다음의 마이피플도 모바일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무제한 데이터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요즘 도입되기 시작한 클라우드 컴퓨팅서비스도 문제이다. 대량의 데이터가 유무선망을 통해 전달되는데 인터넷 접속만 되면 어디든지 이용 가능한 것이다. 엄청난 트래픽은 인터넷사업자가 감당해야한다.
스마트TV는 더 큰 문제다. 지난 4월 방통위ㆍ지경부ㆍ문화부는 손을 맞잡고 합동으로 스마트TV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일반 이용자가 스마트TV를 가전매장에서 구입하여 가입중인 초고속인터넷 단자에 연결만 하면 다양한 TV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유선케이블방송 등 유료 방송의 경우 매월 가입비를 부담해야하나 스마트TV의 경우 한푼 내지 않아도 된다. 유료방송 시장에 큰 회오리가 몰아치게 된다. 그리고 스마트TV로 흘러 다니는 엄청난 데이터는 기존의 인터넷사업자가 감당해야 한다.
음성, 문자, 영상이 모두 디지털화된 데이터형태로 바뀌는 경우 형태별 다른 요금체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모든 데이터가 패킷화 되고 인터넷망에서 비차별적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망중립성 정책에 대한 연구와 논의 및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오픈 인터넷정책으로도 불리는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검토가 착수된 것으로 안다. 좀 더 박차를 가하여 조속히 결실을 맺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업자들도 반성해야한다. 경쟁적으로 무제한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도입하고, 유선 초고속인터넷도 100Mbps이상 된다고 마케팅 한다. 누구나 스마트TV를 구입하여 설치하고 사용하여도 추가요금은 커녕 아무 할 말이 없게 된다. 올해부터 n스크린 서비스가 본격 도입되면 스마트폰으로 TV를 시청하게 된다.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무제한 무선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할까.
올 말에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수가 20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폭증하는 트래픽 처리를 위해 통신망 인프라에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부의 물가 대책과 맞부딪쳐 요금을 내리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사업자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망중립성을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인터넷 강국 코리아가 위기에 처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 본칼럼은 5월 6일 디지털타임스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