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8월 2011

[김승환 칼럼] 혁신과 변화는 불가능한가

[김승환 칼럼]

혁신과 변화는 불가능한가

최근 기업의 한 연구원이 떠나며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혁신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문화 속에서 가능한데 그런 연구 환경이 아니다”라고 썼다고 한다. 비판적 토론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사라진 연구현장을 연구원들이 떠나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 세계는 에너지 및 자원고갈,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는 한편 지식기반사회의 진전으로 이제 기술 지식 등 무형자산이 성장의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개방화, 정보화 확산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각 국에서 과학기술은 세계적 위기 극복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엔진으로 인식되며 국가적 역량이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경우 과학경쟁력 세계 4위, SCI 논문수 세계 11위 등 외형적 성과는 크게 증가하였으나, 논문의 영향력, 세계적 과학자의 육성, 연구소의 국제경쟁력 등 질적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 과거 연구개발 투자는 자원이 한정된 후진국형으로 선택과 집중, 응용 연구 중심의 추격형 투자에 머물렀으나, 이제부터는 풀뿌리형, 기초연구, 창의적 모험연구 중심의 선진형 투자로 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EU 등 선진 강국은 기초연구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혁신적 기초연구지원 강화를 위한 다양한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주도로 기초연구 진흥을 위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기초원천 분야의 투자확대를 추진해왔으나,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출범, 과학벨트와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 등 환경변화에 따라 기초연구 전략 및 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의 기초 진흥을 위한 미래전략 수립을 해나가려면 우선 기초연구 개념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지식자원을 창출할 수 있는 기초연구와 우수한 인재자원의 확보이며 “기초연구는 더 이상 공공재만이 아니다”라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즉 여러 나라에서 기초연구가 점점 더 고유자원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기초 분야의 지적 인프라 구축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우수한 기초 연구인력의 확보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최근 많은 연구원들이 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대학으로, 외국으로, 또 다른 직종으로 연구개발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은 심각한 국가적 손실이다. 연구원 이직의 가장 큰 원인은 신분 불안과 열악한 처우라고 한다. 특히 출연연의 경우 비정규직 연구원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이들은 근속기간이 짧아 신분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회적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과학기술자의 미래를 꿈꾸는 차세대 젊은 인재들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젊고 우수한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어주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작년 말 월스트리트저널은 G20 정상회의 직전에 ‘The miracle is over. Now what?’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은 이제 불편한 진실을 맞닥뜨려야 한다”고 썼다.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해준 성공적인 경제 전략이 이제 한계에 이르렀고, 그 대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간단하지만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연구현장에 있는 연구원들의 절실한 고민을 담은 혁신과 변화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 새로운 기적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과실연 집행위원장

(** 본칼럼은 8월 22일 한국일보에 실렸습니다.)

[곽재원 칼럼] ‘뉴노멀’ 시대 생존법

[곽재원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뉴노멀’시대 생존법

세계적인 저성장이 장기간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대세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등장한 ‘뉴 노멀’(새롭게 부상한 표준)이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3년 가까운 경기 후퇴로 미국은 8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고, 실업률이 현재 9%대에 이른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율이 1980년의 28%에서 2008년 20% 이하로 떨어졌다. 산업공동화의 결과다. 2011년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약 1000만 명으로 이는 2010년에서 200만 명 준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대개 선진국 성장률을 2~3%로 예측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로(0) 또는 마이너스 성장이 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 8·15 경축사에서 글로벌 재정위기와 기후변화, 일자리 없는 성장과 양극화로 ‘뉴 노멀’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 국면을 타개하는 해답으로 새로운 경제생태계 개념이 제시됐다. ‘성장’을 통한 ‘좋은 풍요’다.
 그 실마리는 3년 전 8·15 경축사에서 발표된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과 ‘신성장동력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3년간 이들 비전과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예산, 제도, 행정체계를 마련하는 데 힘썼다.
 우선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아래 마련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이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한 상황 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
이 계획은 2020년까지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국가감축목표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에너지 수요 예측 등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원자력 진흥종합계획(2012~2016년)도 확정해야 할 때다.
지금부터는 개량형 원전을 더욱 확대시키면서 원전 수출산업을 키우는 현행 ‘친(親)’ 원전정책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서서히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리는 ‘감(減)’ 원전정책 또는 장기적으로 원전을 포기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완전 대체하는 ‘탈(脫)’ 원전정책을 택할지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색해야 한다.
 신성장동력 전략은 지금까지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분야별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었으나 이제는 1~2년 내 시장화가 가능하고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산업구조개편까지 내다본 고도화 전략이다.
 이번 경축사에서 제시된 새로운 경제생태계는 ▶중소기업 참여와 육성 ▶기술전문인력 양성 ▶ 일자리 창출 ▶ 연구개발의 조기 성과 실현 등을 염두에 둔 신성장동력 전략의 진화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민간부문에서는 제4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반도체, IT융합병원, 바이오 신약, 문화콘텐트, 전기차, 해상풍력, 박막태양전지, 건물 에너지 시스템, 고도 수처리 기술 등 세계시장에 나갈 많은 프로젝트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지역에 고루 포진하며 산·학·연 협력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신성장동력 전략은 기폭제인 셈이다. 거의 모든 첨단 기술분야에서 우리와 정면 충돌하고 있는 일본은 총리실 내각부, 경제산업성, 총무성(정보통신담당), 문부과학성의 보고서를 통해 예외 없이 한국을 최대 경쟁 타깃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일본 언론들도 삼성, LG, 현대차, 포스코 등을 견제하는 기사를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제4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11~2015년)에서 5년간 25조 엔(약 325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점에서 과학기술정책의 사령탑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어느 부문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배분할 것인지, 민간 연구개발을 어떻게 유인할 것인지, 정책의 이행과정과 효과를 어떤 방식으로 점검할 것인지 등 그 실력이 집중 조명받게 될 것이다.
 ‘뉴 노멀’에 대한 우리식 해법은 에너지정책과 산업정책을 하나로 묶고,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강력한 정치력을 구사하는 것이다.
곽재원 중앙일보 대기자(과실연 집행위원)
(** 본 칼럼은 2011년 8월 16일자 중앙일보에 실렸습니다.)

[이홍금 칼럼] 화성에서 온 여성과학자

[이홍금 칼럼]
화성에서 온 여성과학자
평창에서 동계올림픽 개최가 결정되던 날 밤에는 기쁨으로 발표 장면을 수 없이 보면서 밤잠을 설쳤다. 김연아 선수의 실력이 스포츠 외교에도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을 온 국민이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나의 독일 유학시절 중 동계올림픽, 세계선수권, 유럽선수권 대회 챔피언이었던 카타리나 비트 선수는 얼음위에서 모든 것을 표현해 내는 요정 같은 존재였다. 언제 우리나라도 저렇게 우아하고 완벽하게 스케이팅 하고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이름을 날리게 되나 하고 마냥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스포츠계의 여성파워는 국제적 무대에서 적은 선수층으로도 한국여성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왔다. 농구, 배구, 탁구, 핸드볼 같은 구기 종목에서 시작하여 양궁, 사격, 빙상, 골프 등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정말 멋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좋은 경기 결과를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여성과학기술자들도 국내외적으로 미래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인정받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그 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게 된다.
2007년부터 극지연구소 소장으로서 남극국가프로그램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고 있다. 첫 번 참가에서 러시아와 호주의 원로 극지과학자들로부터 선박, 항공, 기지 운영 등 극지지원과 관련하여 이미 4명의 여성이 활동중이고 월동대원으로서 남극기지에서 1년 이상을 보내는 여성과학자가 수십 명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여성 월동연구원, 기지운영팀장이나 장보고과학기지 건설 시 환경영향 담당 여성 과학자의 활동 등 우리나라의 여성 극지 전문인력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남극과 북극, 해양, 우주항공 등 복합 거대과학분야에서의 여성의 참여는 외국과 비교할때 격차가 더욱 크다. 우리나라의 강인한 여성 파워가 이러한 거대과학분야에도 활발히 진출한다면 선진국과의 과학기술 차이를 좁히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미래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여성과학기술인력의 양성 및 능력 발휘를 위한 정책, 다양한 교육과 과학문화활동 등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타고 연구항해 중이거나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도 활동할 때에도 집에 있는 가족이 걱정되면 이메일로 연락하고 남녀 구별 없이 각자 맡은 연구하는데 불편함 없을 정도로 여성과학자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과학, 우주과학 같이 정말 큰 자연을 상대로 탐구하거나 토목공학 같은 분야에 진학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적지 않지만 취업하고 계속 활동하는 여성인력은 아직도 적은 편이다. 과학활동하는 연구자만이 머물 수 있는 남극대륙, 떠 다니는 빙하와 바다얼음으로 뒤덮힌 남북극 바다, 백야의 시베리아 동토와 이누이트 원주민, 그 모든 것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너무 일찍 상실된 것은 아닐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자와 여자는 태생적으로 유전적인 차이도 많고 감정이나 직관능력의 차이도 있다. 더욱이 어릴 때부터 겪은 경험의 차이는 전문분야에 있어서 사고 패턴과 논리 패턴의 차이로 이어지고 맡은 일의 해결방식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젊은 여성과학도가 남들이 흔히 택하지 않는 전공분야에 대해 도전의식을 갖고 전문가가 된다면 과학기술을 통한 국제 경쟁력 제고는 확실할 것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섬세함을 장점으로 내세운 분야에 여성 인력이 집중하는 것도 결국 창의력과 다양성의 새로운 공급원으로서 여성의 잠재력을 키우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홍금 극지연구소 소장/과실연 회원
(** 본칼럼은 8월 8일 한국일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