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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칼럼] 한 단계 높은 모바일 환경 구축해야

[오세정 칼럼]

한 단계 높은 모바일 환경 구축해야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언론에 여야 정당의 비상대책위원회니 전당대회니 하는 기사가 홍수를 이루고,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정치 열기가 뜨겁다. 4월에 국회의원 선거,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으니 1년 내내 정치 열풍은 식지 않을 것이다. 올해 세계의 30개가 넘는 국가에서 정권을 결정하는 선거가 있으니 그 영향만으로도 최대의 화두는 정치가 될 만하다. 어쨌든 임진년 한 해는 정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지내기 어렵게 생겼다. 국민 모두가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하면서 편을 갈라 일 년 내내 싸우며 지낼지도 모르겠다.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일으키는 힘

정치, 물론 중요하다. 일반 국민의 뜻을 모아 국가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것이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정치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대해 이슈를 만들고 토론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그 밑바닥에 흐르는 속 내용이 훨씬 중요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요즘 대학의 반값 등록금이 큰 이슈지만, 그 속 내용은 사실 등록금 액면가보다 부실한 대학교육과 얼어붙은 대졸 취직 시장이다. 복지 투자도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지만, 그 근본에는 심해지는 경제의 양극화가 있다. 결국 등록금을 얼마나 내리느냐, 복지예산을 얼마나 올리느냐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정치적 결단처럼 보이지만, 표피적인 것일 뿐이고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책은 대학교육의 내실화와 양극화의 완화 등 훨씬 깊은 데 있다.

표피적인 문제를 가지고 서로 얼굴 붉히며 싸우다 보면 근본적 해결책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어진다. 서로 정권을 잡겠다고 사생결단을 하는 정치의 계절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장기적 생존과 변영을 위해서는 혼란 속에서도 누군가는 근본적이고 정말 중요한 문제를 고민하면서 챙겨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사회적 변화를 조망하면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챙겨야 한다. 그것이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든 말든 꿋꿋이 밀고 나가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일이다.

우리가 2012년의 시점에서 꼭 챙겨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분야마다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겠지만, 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을 일으키는 밑바닥 힘은 역시 과학기술이기 때문에 그 흐름을 제대로 읽고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 한국 정치 지형의 변화나 중동 국가들의 권력 이동에 인터넷과 SNS가 큰 영향을 발휘한 것에서도 보듯이, 기술발전이 사회 변혁의 가장 근본적 원동력이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일은 최적의 모바일 환경 구축을 위한 투자와 규제완화다. 과거 인터넷과 PC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인 정보화 사회가 시작됐다면, 이제 모바일 환경은 한 단계 높은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PC 앞에 앉아야만 인터넷에 접속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항상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해 사회적으로 기술적으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추격형 전략으론 선진국 진입 못해

이러한 변화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갈 때 일본의 전자산업이 한국에 따라잡혔듯이,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도 잘못하면 나락에 떨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나친 규제 때문에 모바일 환경 도입이 선진국보다 늦어졌기에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정치 일정 때문에 모바일 환경 구축과 이용을 뒤로 미룰 여유가 없다. 반면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청년 창업 등 경제의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둘째, 과거의 모방형, 추격형 패러다임을 버리고 창의형, 선도형 사회로 빨리 진입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채택했던 추격형 전략, 즉 남이 만들어 놓은 제품을 빨리 모방하고 대량생산하여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은 시효가 끝났다. 이런 전략으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고용 창출에도 큰 도움이 안 됨을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이 확실히 말해 준다. 이제는 남이 생각지도 못한 제품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기초과학 연구, 원천기술 개발이 중요하고, 이 분야에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세계적으로 학문 및 기술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뿐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의 기초연구도 활성화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학생들의 창의력 계발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가 일 년 동안 누가 권력을 잡느냐는 게임에만 너무 열중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나라들은 저 멀리 앞서 가고 있음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정치의 계절이라지만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한 일은 정치와 관계없이 꾸준히 챙기는 게 필요하다.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동아일보 객원 논설위원/과실연 자문위원


(** 본칼럼은 1월 13일 동아일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