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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칼럼] 지식 ‘전달과 생산’ 분담해 등록금 낮춰야

[동아광장/오세정]

지식 ‘전달과 생산’ 분담해 등록금 낮춰야

지난해부터 큰 이슈로 대두된 대학의 ‘반값 등록금’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학마다 등록금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국공립대학의 기성회비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 이슈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미 대학생 장학금의 확충과 많은 대학에서 명목 등록금 인하라는 작은 결실은 가져왔다.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의 등록금 인하 폭은 크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비 부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다. 학비 때문에 공부를 못하거나 사회에서 성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공정성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반값 등록금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아니면 반짝하다가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일과성 인기영합 정책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반값 등록금의 원조는 우리 정치인들이 아니라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다. 드러커 교수는 1997년 한 인터뷰에서 “30년 후 대학 캠퍼스는 역사적 유물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 대학들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결국 살아남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즉, 대학들이 학비를 낮추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측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학들의 등록금은 지속적으로 올랐고, 그동안은 표면적인 경제 호황과 대학 진학 희망자의 지속적인 증가 때문에 대학 등록금 인상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미국 대학생들도 높은 등록금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유럽 국가들 또한 국가재정이 나빠져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자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비싼 등록금에 대한 반발은 이제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전체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됐다. 드러커의 예측이 드디어 실현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대학종말’ 예언
그러면 드러커 교수는 과연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의 생산과 전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대학들이 무조건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다만 현재의 전통적인 대학 운영 방법에 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드러커 교수는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터넷 강의, 원격 강좌의 급속한 보급을 주목하면서, 이러한 전자학습(e-learning)과 가상 캠퍼스가 결국 전통적인 대학 교육을 대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학생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교수들이 강의하는 형태의 대학 교육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세계의 유수 대학들이 인터넷 강의를 앞다투어 개설하고 있고, 그런 강의의 수강비용은 수강생 규모의 대형화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모든 대학이 인터넷 강의를 늘리면 비싼 등록금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일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교육에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직접적인 면대면(面對面) 접촉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오랫동안 논란이 된 이슈다. 이러한 이슈를 차치하고라도 현대 지식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대학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전통적인 지식 ‘전달’의 역할도 수행하지만 21세기 대학은 이에 못지않게 첨단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기능도 중요하다. 그런데 지식의 전달은 인터넷 강의 등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지식의 생산 비용은 그럴 수 없다는 데 대학의 비용 절약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 과학이 발달하면서 지식의 생산 비용은 점점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최첨단 연구에는 대규모 장비와 시설이 필요하고, 특히 학제(學際) 간 연구가 중요해지면서 연구 인력의 집중도가 심화되기 때문에 연구중심 대학의 규모와 예산은 점점 커지고 있다.
IT 기술 활용한 대규모 강의로
결국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학의 역할 분담밖에 없다. 지식의 전달을 위주로 하는 대학과 지식의 생산을 위주로 하는 대학으로의 분화인 것이다. 전자에 속하는 대학은 정보통신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대규모 강의 등으로 비용을 줄여 학생들의 등록금을 낮춰 줄 수 있지만, 후자에 속하는 대학은 정부나 수익자의 부담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지금처럼 획일적으로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낮추려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일어날 이러한 대학의 분화 과정은 엄청난 구조조정이 필요한 일이고 대규모 반발도 예상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리 반대하고 발버둥쳐도 세상의 흐름을 거역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학들은 당장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꼼수를 부리기보다 이러한 장기적인 추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오세정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기초과학연구원장/과실연 자문위원
(** 본 칼럼은 2012년 2월 10일자 동아닷컴에 실렸습니다.)

[최양희 칼럼] 5년에 10배 진화한다

[최양희 칼럼] 

5년에 10배 진화한다

불의 발견, 철기의 발명, 증기기관의 발명과 같은 과학적 진보가 인류의 생활방식과 사회구조에 엄청난 변화와 이득을 주었으나 IT의 영향력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IT의 기술혁신은 그 속도가 매우 놀랍다. IT에서는 1년6개월만에 2배씩 향상된다는 잘 알려진 `무어의 법칙’을 적용하면 15년 만에 1000배의 향상이 있겠으며 이는 5년마다 10배의 변화를 의미한다. 변화는 두 가지 방향에서 가능하다. 같은 기능과 품질을 5년 뒤에는 10분의 1 가격으로 만날 수 있거나, 같은 가격을 주고 10배나 뛰어난 성능의 제품과 서비스를 5년 뒤에는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것은 지구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인류가 살아온 방식, 사회가 움직인 틀, 산업이 변화해 온 속도 등 모든 것이 5년에 10배라는 엄청난 변화 앞에서는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무력해진다. 한국에서 최근 나타나는 다양한 변혁이 IT의 급격한 도입과 확산의 결과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IT혁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가치관과 세계관은 어떤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IT혁명이 부작용 없이 인류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인가.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나름대로 지속되어 오던 질서와 규칙, 그리고 체계가 변화하여야 한다면 어떤 토론과 절차를 거쳐서 진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고민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이제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접근과 연구만이 위의 문제들을 잘 풀어 나가겠으나 직관적인 몇 가지 제안을 한다면 미래예측, 진보된 교육, 롤 모델의 적극적 도입을 들 수 있겠다.
미래사회에 대한 중장기 예측은 매우 어렵지만 사회변화에 대한 대응과 대책을 사전에 준비하기 위하여서 꼭 필요하다. IT혁명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한 소극적인 사후대책이 주를 이루는 이유는 한국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과 연구가 미흡하여 선제적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교육내용과 방식을 IT시대에 맞게 고쳐 나가야 한다. 다양성의 증가, 인터액션 속도의 폭발, 참여와 토론방식의 급격한 변화, 극소수 의견의 존중, 이해집단간의 분쟁 격화를 인정하고 역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교육에서 특히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일방적인 지식전달, 스테레오 타입의 양산을 지향하는 커리큘럼 및 평가 방식, 교육기관과 학생의 서열화,획일화된 교육행정은 근본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교육개혁은 IT혁명에서 비롯된 사회갈등의 증폭을 사전에 최소화하는데 꼭 필요한 수단인 것이다. 남이 잘 되는 것을 배 아파하고 남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것이 한국인의 정서라고 한다. IT가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도구로 남용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기도 하다.이제부터라도 훌륭한 개인ㆍ기관ㆍ기업을 롤 모델로 발굴하고 칭찬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포츠나 연예계에는 롤 모델이 많지만 다른 분야에는 롤 모델이 참으로 적다. 존경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존경하는 기업인이 있는가. 과학자ㆍ종교인도 마찬가지이다.
IT분야에는 부침이 매우 크므로 롤 모델이 탄생하기 어렵다. 스티브 잡스ㆍ빌 게이츠ㆍ주커버그처럼 아주 유명한 롤 모델 뿐 만 아니라 작은 성공, 작은 공헌을 한 우리 동네, 우리 학교, 우리 회사의 롤 모델이 많을 때에 IT혁명이 자칫 가져 올 수 있는 상실감과 무기력이 청소년들에게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IT개발, IT산업육성, IT수출이 논의의 중심이 아니라 이제는 IT사회의 준비, IT와 인류의 조화를 생각할 때이다.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과실연 회원
(** 본 칼럼은 2012년 2월 9일자 디지털타임스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