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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칼럼] 과학기술 대선공약 아직도 안 보인다

[오세정 칼럼]

과학기술 대선공약 아직도 안 보인다

12월 19일로 예정된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결정이 지체되고 있다. 후보자를 심층 검증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후보자 결정이 지체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후보자의 신상 검증만이 아니다. 후보자가 내세울 주요 국정 공약에 대해서 유권자와 전문가들이 검토할 시간도 부족해진다. 후보자 결정이 늦어지면서 덩달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주요 정책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마지막 시간 쫓겨 졸속 가능성

대표적인 예로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논의를 들 수 있다. 총선 전만 해도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 과학기술부의 독립이니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의 부활이니 하는 논의가 상당히 활발했었는데, 요즘 와서는 오히려 뜸하다.

주요 대선 정책에 관한 논의가 늦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마지막에는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같은 부처가 부활하느냐 마느냐는 이슈 못지않게 부활한다면 ‘어떤 형태’로 ‘어떤 기능’을 갖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중요하다. 즉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조직개혁이 중요한 것이다. 이들 부처가 폐지된 5년 전과는 여러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졌으므로 같은 간판을 내걸더라도 조직이나 구성은 크게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에서는 이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떨어져나갔고, 정보기술(IT) 산업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따라서 5년 전과 같은 형태의 정보통신부가 부활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수준은 이 부처들을 부활시키느냐 마느냐 하는 정도의 피상적 이야기에 불과하고, 정말 중요한 실질적인 알맹이는 논의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의견 수렴 등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그나마 정부부처 조직개편은 분명한 이해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그런대로 논의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정부조직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과학기술 분야만 보더라도 원자력 문제, 출연연구소의 역할 정립, 기초연구와 응용개발연구의 균형 및 연계, 비정규직 연구원 처우개선을 비롯한 이공계 인력의 보존 및 양성 등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고민하고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과학기술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여러 사회적인 이슈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킬 것과 바꿀 것 구분해야

애석하게도 이런 쟁점들에 대해 어느 대선 후보자나 정당도 심각하게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 같지 않고, 아직 논의의 시발점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5년에 한 번 있는 대통령선거가 일상에 묻혀 거론하기 어려웠던 근본적인 문제들을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어 한번 크게 정리하는 의미도 있을 터다. 잘못하면 이번 선거는 그런 역할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드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번의 대선에서 이처럼 준비 없이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졸속으로 공약이 결정되면서 결국 많은 후유증을 낳는 것을 보았다. 특히 ‘변화’와 ‘개혁’이라는 의욕에 사로잡힌 나머지, 지켜야 할 것과 바꾸어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뜯어 고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의 20-50클럽에 7번째로 가입한 국가로 이처럼 후진적인 행태에서 이제 졸업해야 한다. 전(前) 정부가 한 일이라도 장기적인 방향이 옳으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성숙함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과학기술 분야에서 몇 가지 정책 기조는 유지하기를 바란다. 첫째, 지속적인 국가연구개발 투자다. 물론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복지예산의 수요가 늘어나리라고 예상할 수 있으나, 그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훼손하는 수준에 이르러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기초원천 연구를 통해 한국의 연구개발을 선진화하는 일이다. 선진국의 기술을 빨리 따라가는 추격형 연구개발을 넘어서서 세계를 앞서가는 선도형 연구개발을 해야만 우리나라가 당당히 선진국의 일원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연구개발과 고등교육의 연계성을 높이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첨단 연구개발과 우수인재 양성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서로 분리할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분리되더라도 기초원천 연구개발과 고급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기관은 통합된 형태로 존속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만 해도 다음 정부가 준비해야 할 정책이 이렇게 많이 있다. 대선 후보자의 결정은 여러 정치적 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주요 대선 공약을 내놓고 검증받아야 한다.

 
오세정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기초과학연구원장/과실연 자문위원
(** 본 칼럼은 2012년 6월 29일자 동아닷컴에 실렸습니다.)

[김광선 칼럼] 산학연 융합으로 무역 2조 달러 달성하자

[김광선 칼럼]

산학연 융합으로 무역 2조 달러 달성하자

우리나라는 지난 해 12월 5일 수출입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해 무역대국 세계 9위에 올랐다. 1962년 국가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시작한지 50년만의 쾌거로 무역규모가 세계 65위에서 2000배가 증가한 것이다. 수출규모는 5135억 달러로 이중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2020년 무역 2조달러 달성을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유럽과 미국 등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농식품, 콘텐츠, 융합신산업, SW, 그린에너지 등 미래 수출산업의 창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2020년 무역 2조 달러는 매우 낙관적인 계획으로 목표달성에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 발 금융위기가 중국, 미국 등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 까지 미치면서 시장의 불안정도 문제지만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분위기 고착화를 통한 더욱 많은 강한 글로벌 중소기업의 출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수인력 부족-저부가가치 제품ㆍ서비스-매출이익 부족-창의적 및 선도적 제품ㆍ시스템 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연결되는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악순환 고리가 무역 2만달러 진입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또한 급변하는 스마트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미래의 수출 신산업을 창출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낙오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주장이다.

지난 8일 벤처기업협회에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주관으로 제1차 산학연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산학연관 관련 17개 단체장과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여 산학연 일체화 이행 헌장을 발표했다. 산학연이 개방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핵심역량을 자연스럽게 선 순화시키는 ‘산학연 융합’은 지속가능한 국가성장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때 늦은 감은 있지만 범국가적으로 산학연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체화의 의지를 다짐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산학연 협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산학연 협력은 미래의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인정은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협력하려고 하면 쉽게 되지 않는다. 특히 중소기업과의 협력은 더욱 그러하다.

산업체는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기업은 자본과 인력을 활용하여 제품ㆍ서비스를 창출하여 매출이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매출이익은 많을수록 좋고 훌륭한 경영자로 평가 받는다. 대부분의 기업체 CEO는 대학의 교수나 연구소의 연구원은 현장을 너무 모른다고 불평한다. 국가의 R&D 자금을 대학이나 연구소에 주지 말고 기업에 직접 제공하면 더욱 좋은 제품ㆍ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대학은 미래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교육을 위한 원천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논문을 발표해 연구업적을 쌓는 곳이지 매출의 확대를 통하여 순이익을 극대화하는 조직이 아니다. 대부분의 교수는 기업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원천기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연구소 또한 중소기업과의 협력은 더욱 어렵다고 불평한다. 지원되는 예산은 적고 요구하는 내용은 많아 대형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실적도 인정받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국가혁신시스템을 구축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산학연 협력을 통해 균형있게 국가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특히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산학연 융합을 통하여 대중소기업 상생을 유도하고 국가혁신시스템의 효용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산학연 각각은 본인이 갑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떨쳐버리고 상대방을 고객으로 인정하면서 쌍방향 소통이 돼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과의 산학연 융합은 산업의 다양성과 기술수준의 격차로 인하여 풀뿌리(Bottom Up) 방식의 공개적 혁신체제(Open Innovative System)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하여 보다 많은 강한 글로벌 중소기업이 나와야 한다. 한국산학연협회의 풀뿌리 산학연 협력 시스템은 이에 대한 좋은 모범사례다.

산학연 융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새롭게 구축된 국과위의 산학연 라운드테이블이 산학연 일체화를 위한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며 차기정권에서도 더욱 활성화되어 무역 2조달러를 달성하는데 중추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장,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과실연 중소기업지원센터장
(** 본 칼럼은 2012년 6월 13일자 중도일보에 실렸습니다.)

[오세정 칼럼] 젊은이들에게 실패를 許하라

[오세정 칼럼]

젊은이들에게 실패를 許하라

얼마 전 유튜브에서 우연히 접한 동영상은 어느 농구선수가 화면에 나와 다음과 같이 독백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나는 9000번 이상의 슛을 실패했다. 300번 가까운 경기에서 졌다. 게임을 역전할 수 있는 마지막 슛의 기회가 26번이나 있었는데 성공시키지 못했다. 선수생활 동안 실패와 실패의 연속이었다.” 여기까지 들으면 형편없는 무명의 선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는 바로 역사상 최고의 농구선수라고 불리는 마이클 조던이다. 미국 농구리그에서 6번의 우승을 주도했고, MVP 상을 5번 받았으며 2009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최고의 선수다. 조던은 이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성공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도 인류의 밤을 밝힌 백열전구에 적합한 필라멘트를 찾기 위해 1만 번 이상의 실험을 했다. 중간에 포기할 마음이 들지 않았느냐고 어느 기자가 묻자 “왜 포기를 하나요. 나는 이미 필라멘트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9000가지 이상 알고 있었는데요”라고 답했다. 이처럼 남이 하지 않은 일을 할 때는 타고난 천재라도 수없이 실패하게 마련이다. 정말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은 다른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를 베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험난한 실패를 딛고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남이 안 한 모험적인 시도를 해야만 진정한 성공이 가능한 것이다.

험난한 좌절 딛고 도전해야 성공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이러한 도전과 모험의 정신이 사라져 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학자보다 안락한 의사나 변호사의 길을 선호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하기보다 안정된 대기업 입사를 선택한다. 도전과 모험의 정신이 사라지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활력이 떨어지고 분위기가 정체돼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정한 사회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래사회는 개인의 창의성이 유감없이 발현되는 창의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젊은이들은 찾기 힘들고 기존 체제에 순응하는 범재(凡才)만 양산하고 있으니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요즘 젊은이들의 안이함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우리 사회 전체가 과감한 도전과 모험, 특히 그에 따른 실패에 관용적이지 못한 것에 더 큰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는 대학 입시에 한번 실패하면 만회할 기회가 좀처럼 없다. 그러니 너도나도 소위 일류 대학에 가려고 사교육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대학에서 전공도 한번 선택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용기 있게 바꾸더라도 한국 학계의 고질적인 순혈(純血)주의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서는 ‘왕따’가 되기 쉽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도 별로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성공률이 매우 낮은 벤처를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새로운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들에게 실패의 경험을 살려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실패자로 낙인 찍어 초보자보다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패기 있게 창업에 나섰다가도 기회가 되면 그냥 안정된 대기업에 취직하여 안주해 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항상 새로운 발견과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과학기술 연구에서도 우리나라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과감한 시도를 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목표를 설정하여 조그마한 성과를 얻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과감한 도전을 하다 실패했을 때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연구비를 사용했으면 그 연구비는 환수당하고 정부과제에 다시 참여할 기회마저 제한된다. 큰 과제에 오랜 기간 몰두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승진도 어려워진다. 사회 전체가 대담한 도전에 따른 실패나 남들이 가는 길에서의 일탈을 용인하지 않으니 패기 있는 젊은이도 감히 과감한 도전을 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시도하지 않은 것에 벌주라”

며칠 전 열린 ‘2012년 대한민국 학생창업 페스티벌’에서 세계 최대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설립자 지미 웨일스는 “나는 실패를 잘했다. 그리고 지금도 잘한다”며 “실패한 사람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야 혁신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세계적인 혁신기업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이유는 실패한 기업들도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는 다음과 같은 금언(金言)이 있다. ‘성공과 실패를 똑같이 보상하라. 단, 시도하지 않는 것에는 벌을 줘라.’ 우리 사회도 실패의 경험을 높이 평가해 줘야 젊은이들은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일을 마음껏 시도할 것이고, 한국은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창의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오세정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기초과학연구원장/과실연 자문위원
(** 본 칼럼은 2012년 6월 1일자 동아닷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