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1월 2013

[김승환 칼럼] ‘위대한 국가,’ 광적인 일관성이 만든다

  ‘위대한 국가’, 광적인 일관성이 만든다

얼마 전 전국의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을 선정했다.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해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라는 의미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심각한 청년 실업, 양극화 현상의 심화, 집단 이기주의의 팽배, 이념·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의 증폭, 사회 폭력과 불안감의 확산 등 작금의 어지러운 세태를 잘 투영한 경구(警句)이다.

오랫동안 기업의 흥망사를 연구해온 경영 저술가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란 책에서 ‘위대한 기업’이라 불렀던 코닥·소니 등이 놀랍게도 10년도 안 돼 몰락했다. 그는 신간 ‘위대한 기업의 선택’에서 불확실성과 위험이 증폭되고 변화무쌍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광적인 규율’ ‘실증적 창의성’ ‘생산적 피해망상’의 원칙적 대응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20세기 초 남극점에 한 달 간격으로 도달한 두 탐험가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은 운명이 정반대로 갈린 사례이다. 아문센은 매일 20마일 행군과 검증된 개썰매 활용 등 큰 원칙을 세우고 이를 철저히 지켜 무사 귀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스콧은 무계획적 행군과 검증이 안 된 시베리아산 말과 스노 모빌의 이용으로 갈팡질팡하다 끝내 비극을 초래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정치·사회·경제적인 혼돈 속에 국가적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들어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위대한 국가’로 가려면 국가 리더는 큰 국정 운영 원칙을 확실하게 세우고, 중장기적 정책 목표와 실행 기준에 편집광적인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는 막판까지 변수가 많아 정작 정책 이슈가 실종됐다. 특히 치열한 선거전의 와중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나 치밀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해 크게 아쉽다. 5년 전 과학기술계의 단합된 반대에도 과학기술부의 졸속 폐지를 막지 못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신설 예정인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실패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으려면 이번 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발전적 개편에 대한 큰 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

 

새롭게 구성되는 가칭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초 연구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동력으로 응용 개발 연구가 물 흐르듯 연계되고 다른 연구·개발(R&D) 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자칫 과학기술 담당 부처가 다른 부처에 휘둘리거나 공룡화해 미래를 담당해야 할 과학기술 자체가 다른 현안들에 의해 밀려나는 우(愚)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 전체적인 과학기술 거버넌스(governance·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행정)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현 R&D 예산 배분. 조정, 성과 평가에 미래전략 기획 기능을 보강해 더 발전한 방향으로 강화돼야 한다. 특히 이번에는 반드시 과학기술계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과 전문가 참여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개편이 추진되길 기대한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제1차 기술 진흥 5개년 계획’이란 이름으로 과학기술 개발 계획이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과학기술은 ‘국정(國政)의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과학기술의 진흥 개발은 국가사업으로 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지원됐다. 국가 최고 지도자는 과학기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국민과 공무원들에게 앞장서서 보여주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초기부터 과학기술 기반의 구축을 위해 과학기술 개발 계획을 경제개발 계획의 일부 또는 같은 수준으로 우선순위를 인정했다. 또 국가의 장기 개발사업으로 정부의 예산 투자 배분, 전담 행정기구 설치, 과학기술 진흥에 필요한 법령 제정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이런 지난 50년의 축적된 노력이 오늘날 과학기술과 국가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됐고 우리나라는 위대한 국가의 문턱에 서게 됐다.

 

이제 선진국을 쫓아가는 ‘선(先) 기술, 후(後) 과학’의 추격형 R&D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는 지식 창조시대의 새로운 도전 앞에 다시 섰다. 10년 뒤 우리나라가 몰락을 피해 위대한 국가로 진입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우리는 ‘선 과학, 후 기술’의 새 원칙을 굳게 세우고 이를 편집광적인 일관성을 가지고 추구해나가야 한다. 최근 글로벌 위기의 심화와 북한의 은하 3호 발사 성공으로 인한 북한발 ‘스푸트니크 쇼크’는 과학기술의 진흥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우쳐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대로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중심에 과학기술을 세우고 이에 바탕을 둔 확고한 원칙 아래에 위대한 국가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김승환 칼럼] 미래창조과학부,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과제는

차기 정부는 대선 공약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 등 과학기술행정체제의 발전적 개편에 대해 인수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저명한 석학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신설 부처가 미래 예측을 넘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창조경제 체제를 어떻게 뒷받침할 지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과학기술 정책은 성장에 치중해 왔던 구시대의 가치를 뛰어 넘어, 국민 행복을 실현하고 창의성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을 열어가는 변화의 씨앗이 되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즉 과학기술이 국가 정책과 국정 운영의 중심으로 국민의 행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중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의력·상상력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창조경제 활성화와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위한 전담부서로 새롭게 디자인될 전망이다. 대선 공약대로만 된다면 기초과학 및 융합시너지과학, 두뇌 집약적 창조과학 등 미래선도 연구를 지원하고, 미래사회 전반에 대한 연구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미래사회 변화의 예측을 토대로 한 국가정책수립을 지원하는 부서가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1960년대 건국 후 경제개발을 보완, 대응하려는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진흥의 오랜 전통이 이제 창조경제의 모습으로 다시 부활하는 셈이다. 앞으로 창조경제를 견인할 미래창조과학부는 빠른 추격자 (fast-follower)에서 미래 선도자 (first mover)로의 도약을 이끄는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지식경제를 중심으로 한 국정 운영 방향과 창조경제와의 차이를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것은 큰 숙제로 남아있다.

아직 ‘미래창조·과학부’의 윤곽은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부처는 대체로 어떤 일을 포괄해야할까. 우선 신설 부처는 현행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강점 및 전통을 기반으로 발전적으로 보완ㆍ개편돼,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설 부처는 미래 예측을 기반으로 과학기술 정책의 전략 기획을 통해 R&D 예산배분 및 투자 우선순위의 설정과 성과평가를 통해 정책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뇌는 감각 등 기능별로 모듈화돼 있지만 모든 영역이 연결돼있고, 고급 인지 기능의 작동을 위해서는 각종 정보의 통합처리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초연구에서 응용개발연구로 이어지는 혁신을 통한 성과확산의 연결성을 담보하고, 여러 부처로 나뉜 R&D의 효율적 통합과 과학기술 고급인재양성을 연동할 수 있어야 그 통합적 기능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 앞으로 차기정부와 인수위원회에서는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개편 과정에서 부처의 명칭, 기초연구와 과학기술인재양성의 통합, 부처 공룡화에 따른 과학기술의 주변변수화, ICT와의 융합여부 및 범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의 발전적 재조정, 거버넌스의 지속가능성, 출연연 거버넌스 등 여러 이슈들을 과학기술계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과 논의를 통해 해결해나가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인들은 5년 전 단합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부가 졸속으로 폐지됐던 뼈아픈 기억이 남아있다. 그 당시 교육과 과학기술이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된 후 미래를 담보해야할 과학기술의 이슈는 각종 급한 교육 현안 때문에 뒷전으로 밀렸다. 특히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상징적 리더로서 국무위원급이 한 명도 없다는 작금의 현실은 과학기술계의 소외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기회에 악몽의 데자뷰 고리를 끊고 향후 50년간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ㆍ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

과실연 ‘올해도 감사합니다’

2012 과실연 정기총회 열려, 감사패 증정 등 한 해 마무리

과실연의 일 년을 마무리하는 자리. 12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2012 과실연 정기총회’가 열렸다. 김영오 과실연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한 해 과실연의 대내외 살림에 힘이 된 이들에 공로패와 감사패를 증정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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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로패는 지난 4년 간 과실연 상임대표로 활동한 민경찬 과실연 명예대표, 과학기술 정책 연구에 힘쓴 이현정 과실연 정책연구소 간사위원, 윤근아 전 과실연 사무국 간사가 수상했다.

감사패는 윤종용 과실연 고문(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과 이부섭 동진쎄미캠 회장에게 돌아갔다. 그밖에 정길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김명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승아 (과실연 웹진기자, StarryStarryStella@gmail.com)

 

2012 과학기술 톱뉴스 ‘잇단 원전 고장과 은폐’

과실연 선정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 발표

1위 고장, 은폐… 잇단 원전 사고 59%
2위 신의입자 ‘힉스’, 잠정적 발견 확인 51%
3위 구미 불산누출사건 발생, 재난대응 미비 지적 43%
3위 삼성-애플 소송 격화 43%
5위 대한민국 우주강국 도약하나 41%
5위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 성공적 안착 41%
7위 유도만능줄기세포 (IPS) 노벨상 수상 36%
8위 한반도 거대태풍 3연타, 지구 온난화 탓 30%
9위 기초과학연구원 (IBS) 단장 선정, 노벨상 탄생 기초 닦나 29%
10위 중국 첫 유인우주도킹 성공, 우주강국 부상 29%

‘원전고장과 은폐’. 지난 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 뒤를 이어 또 원전 문제다. 2012년 과학기술 뉴스의 불명예스러운 1위다.

과실연은 지난 12월 12일 창립7주년 기념식에서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과실연 회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동아 사이언스, 매일경제, 연합뉴스와 공동으로 12월 3일부터 7일까지 이메일 조사로 이루어졌으며, 모두 254명의 회원이 설문에 응답했다.

올해는 에너지와 환경, 우주 개발 및 연구 개발과 성과와 관련된 뉴스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관심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1위는 ‘잇단 원전 고장과 은폐'(59%)로 2년 연속 원전 문제가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아직도 별다른 대책 없이 원전에 에너지 비중의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결과는 원전 안전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이 크다는 방증이다.

‘신의 입자 힉스 잠정적 발견 확인'(51%) 소식이 2위를 차지했다. 일상생활과 큰 관련이 없는 순수 연구 개발 성과가 2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3위로는 ‘구미 불산누출사건 발생'(43%)으로 사건 발생시 대응 매뉴얼의 미비와 전문가의 역할 등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주제가 선정됐다. 지난 10월 과실연 대경권에서는 이를 주제로 토론을 개최, 전문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공동 3위로 선정된 ‘삼성-애플 간 소송 격화’도 몇 년 전부터 끈질기게 이어온 특허전쟁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공동 5위에 선정된 두 소식 모두 우주 개발과 관련됐다. ‘대한민국 우주 강국으로의 도약’과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 성공적 안착’이 선정돼 최근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보여줬다. 7위는 ‘유도만능줄기세포 노벨상 수상'(36%)이 차지했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여 줄기세포치료의 새 장을 연 연구성과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져, 비교적 최근의 연구결과도 노벨상 수상이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이어 8우ㅢ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거대태풍 3연타'(30%)가 차지했고, 마지막으로 공동 9위(29%)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 선정’과 ‘중국 첫 유인도킹 성공’이 차지했다.

순위에 들지 못했지만 11~20위에 선정된 과학기술뉴스는 다음과 같다.

11위 노벨물리학상, ‘양자컴퓨터’ 가능성 제시 28%
12위 올겨울 최악의 전력난 예상 ‘블랙아웃 현실 되나’ 24%
12위 대선 겨냥 행정체제개편 논의 활발 24%
14위 여름, 낙동강 녹조현상 발생 22%
15위 시조새 교과서 삭제 논란, 한림원 가이드 입각해 남기기로 결정 21%
16위 서남표 KAIST 총장 사퇴 발표 20%
17위 이탈리아 지진 예측 실패, 과학자 실형 선고 19%
18위 빅데이터 연구 활발, 행동 예측 발판 되나 18%
19위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17%
20위 미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 우주화물선 ‘드래곤’ 발사 9%

 

이승아 (과실연 웹진기자, StarryStarryStella@gmail.com)

 

[김승환 칼럼] ‘위대한 국가’, 광적인 일관성이 만든다.

얼마 전 전국의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을 선정했다.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해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라는 의미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심각한 청년 실업, 양극화 현상의 심화, 집단 이기주의의 팽배, 이념·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의 증폭, 사회 폭력과 불안감의 확산 등 작금의 어지러운 세태를 잘 투영한 경구(警句)이다.

오랫동안 기업의 흥망사를 연구해온 경영 저술가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란 책에서 ‘위대한 기업’이라 불렀던 코닥·소니 등이 놀랍게도 10년도 안 돼 몰락했다. 그는 신간 ‘위대한 기업의 선택’에서 불확실성과 위험이 증폭되고 변화무쌍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광적인 규율’ ‘실증적 창의성’ ‘생산적 피해망상’의 원칙적 대응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20세기 초 남극점에 한 달 간격으로 도달한 두 탐험가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은 운명이 정반대로 갈린 사례이다. 아문센은 매일 20마일 행군과 검증된 개썰매 활용 등 큰 원칙을 세우고 이를 철저히 지켜 무사 귀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스콧은 무계획적 행군과 검증이 안 된 시베리아산 말과 스노 모빌의 이용으로 갈팡질팡하다 끝내 비극을 초래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정치·사회·경제적인 혼돈 속에 국가적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들어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위대한 국가’로 가려면 국가 리더는 큰 국정 운영 원칙을 확실하게 세우고, 중장기적 정책 목표와 실행 기준에 편집광적인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는 막판까지 변수가 많아 정작 정책 이슈가 실종됐다. 특히 치열한 선거전의 와중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나 치밀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해 크게 아쉽다. 5년 전 과학기술계의 단합된 반대에도 과학기술부의 졸속 폐지를 막지 못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신설 예정인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실패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으려면 이번 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발전적 개편에 대한 큰 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

새롭게 구성되는 가칭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초 연구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동력으로 응용 개발 연구가 물 흐르듯 연계되고 다른 연구·개발(R&D) 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자칫 과학기술 담당 부처가 다른 부처에 휘둘리거나 공룡화해 미래를 담당해야 할 과학기술 자체가 다른 현안들에 의해 밀려나는 우(愚)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 전체적인 과학기술 거버넌스(governance·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행정)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현 R&D 예산 배분. 조정, 성과 평가에 미래전략 기획 기능을 보강해 더 발전한 방향으로 강화돼야 한다. 특히 이번에는 반드시 과학기술계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과 전문가 참여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개편이 추진되길 기대한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제1차 기술 진흥 5개년 계획’이란 이름으로 과학기술 개발 계획이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과학기술은 ‘국정(國政)의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과학기술의 진흥 개발은 국가사업으로 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지원됐다. 국가 최고 지도자는 과학기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국민과 공무원들에게 앞장서서 보여주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초기부터 과학기술 기반의 구축을 위해 과학기술 개발 계획을 경제개발 계획의 일부 또는 같은 수준으로 우선순위를 인정했다. 또 국가의 장기 개발사업으로 정부의 예산 투자 배분, 전담 행정기구 설치, 과학기술 진흥에 필요한 법령 제정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이런 지난 50년의 축적된 노력이 오늘날 과학기술과 국가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됐고 우리나라는 위대한 국가의 문턱에 서게 됐다.

이제 선진국을 쫓아가는 ‘선(先) 기술, 후(後) 과학’의 추격형 R&D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는 지식 창조시대의 새로운 도전 앞에 다시 섰다. 10년 뒤 우리나라가 몰락을 피해 위대한 국가로 진입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우리는 ‘선 과학, 후 기술’의 새 원칙을 굳게 세우고 이를 편집광적인 일관성을 가지고 추구해나가야 한다. 최근 글로벌 위기의 심화와 북한의 은하 3호 발사 성공으로 인한 북한발 ‘스푸트니크 쇼크’는 과학기술의 진흥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우쳐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대로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중심에 과학기술을 세우고 이에 바탕을 둔 확고한 원칙 아래에 위대한 국가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ㆍ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