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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원자력협정, “차분하고 지속적인 입장 정리 필요”

과실연 포럼

과실연 포럼 <한미 원자력 협정, 무엇이 문제인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세계 정세도 급변하고 있다. 중국의 시징핀 체제에 따른 예상 변화, 미국의 오바마 2기 정권, 그리고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는 국내 정세에도 위협적인 요소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핵무장을 하고 국제 사회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한미원자력협정은 많은 시사점을 지닌다.

과실연은 원자력과 관련한 과학기술 개발이 과학기술계의 시급한 과제라 여겨, 이 문제에 관해 국내에서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과실연 73차 포럼이다.

임경희 중앙대 교수, 논란 많은 현안 정리 “과기계 입장 정리해야”

이날 발제는 임경희 중앙대 교수(과실연 원자력안전특별위원회)가 진행했다. 임 교수는 “예민한 문제여서 다들 주저하시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찬반 입장이 예민한 만큼 특정 입장을 고수하는 발제보다는 토론해야 할 문제를 짚는 방식으로 협정을 정리했다.

발제를 맡은 임경희 중앙대 교수

발제를 맡은 임경희 중앙대 교수

1956년 체결돼 72년에 현 명칭인 ‘한미원자력협정’으로 개명한 이 협정은 40년 시효로 내년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환경과 정세가 변하는 만큼 이에 맞춰 꾸준히 협정 개정을 요구했지만 실패했다. 최근 협정 만료를 앞두고 2년 연장 하게 됐다고 알려져, 정부는 만료까지 3개월 간격으로 개정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개정 현안은 사용후 핵연리 처리 공간 부족 해소, 안정적 핵연료 공급, 원전 수출국의 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저농축 우라늄 생산 권리의 명문화 정도로 정리된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는 정치, 경제, 과학기술의 요소가 묘하게 얽혀있어 국내에서도 양론이 팽팽하다. 평화적 이용과 핵무기 제조 가능성이라는 순역기능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수출 9위, 기술력 5,6위에 해당한다. 원자력 5대 강국 관점에서 우리나라만 협정에 따라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못하고 있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우라늄 농축의 경우 100%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이 부분이 개정되면 기술적 자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는 핵연료 비용 9000억 중에 농축비용은 3000억에 지나지 않고, 기술을 확보하는 문제에 있어서 원심분리기 등의 도입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양론 가운데 과학기술적인 입장에 국한했을 때 기술 연구가 협정에 의해 제한을 받는 부분이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최근 이슈가 된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서도 찬반이 팽팽히 맞선다. 파이로프로세싱의 중심인 플루토늄 추출에 대해 가능하다는 입장과 그렇지 못하다는 기술적 전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미원자력협정 자체가 농축 금지를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국내법과 미국의 정책때문에 명시는 안됐는데 할 수가 없게 된 격이다. 한미원자력협정이 상당히 불평등한 관계로 맺어진 상황에서 본질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경우 지난 88년 농축 재처리를 허용했고, 포괄적 사전 동의를 받았다. 인도는 34년간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NPT 비조약국임에도 지난 2008년에 농축 재처리를 허가받았다. 이런 상황에 ‘원자력모범국’이라는 우리 나라가 답답할 수밖에 없다.

40여년 전 처음 협정을 맺을 당시, 국내에는 원전이 1기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23기나 된다. 이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임 교수는 “하지만 이런 부분이 과학기술계의 입장만 정리해서 될 일이 아니라, 정치계와 산업계까지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부분이므로 제대로 준비해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발제를 마쳤다.

차분하고 지속적으로 다룰 문제…”괴담이나 특정 분야 치우친 여론 피해야”

패널토론은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과실연 포럼위원장)이 진행했다. 안 위원은 “한참 이슈가 될 때를 피해 하는 만큼 차분하고 지속적으로 (원자력협정) 문제를 다뤄가겠다고 약속한다”며 진행을 시작했다.

패널토론

패널토론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장)은 “과학기술이나 경제 이외의 접근법을 통해서 접근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현재 원자력 협정에는 6가지의 큰 문제점이 있다”며 첫 번째로 일부 환경론자들이 원자력 자체를 죄악으로 보는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 문제에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또 농축 재처리를 요구하면 북한 핵을 포기시키는데 불리하다는 괴담과 무조건 경제, 과학기술적 입장으로만 접근해야한다는 입장도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 외교를 위해서는 우리가 외교력을 갖춰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파이로프로세스 개정으로도 만족하는 방안도 제시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자와 사회과학자 간의 화합이 이런 외교력 고양에 필수적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이광석 한국원자력연구원 국제전략연구부장은 “(협정 개정을) 농축 재처리 권한 확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는 원자력 협정 탄생 배경부터 살펴 차분히 맥락을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목적이 군사적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국제 관리를 위해 협정이 탄생한 것”이라며 “일본이나 인도와 기계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원전 시장 경쟁이 심한데다 한국에 대한 견제가 심하다”며 “경제나 과학기술 입장에 입각해서 제대로 정리 하는 것이 필수적이긴 하다”고 밝혔다.

이헌규 KAIST 교수 또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정부부터 기관별 회의도 많이 했는데 이번 정부에 되어서야 공론화됐다”며 “박 대통령의 적극적 메시지가 전해진 것은 의미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는 나름대로 약점이 많다”며 “기술 문제 뿐만 아니라 ‘과정의 정치’이므로 미국의 공론화된 로비시스템에 접근하는 등 준비를 해야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한미원자력협정과 관련한 괴담과 오류의 파장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협정이 개정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비용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사실 사용후 핵처리가 재처리보다 비용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핵우산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만큼 우리 고유의 프로그램을 갖자는 내용이 충분히 공론화 돼야 한다”며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안전한지, 어떤 피해가 있을지에 대한 논의 없이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부분을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경제성만큼은 제대로 정리해 좋은 논의를 도출하는 협정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며 토론을 마쳤다.

이승아 (과실연 웹진기자, StarryStarryStell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