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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진 칼럼] 50살 KIST, 선수보다 심판이 많아서야

【노환진(과실연 정책기획위원장, DGIST 교수) 칼럼】 2016. 4. 17. 중앙SUNDAY

50살 KIST, 선수보다 심판이 많아서야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오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과학기술처가 설립된 1967년 4월 21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과학기술 40년사』를 보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제대로 된 과학기술연구소(KIST·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갖게 되었으니 이를 관리할 과학기술진흥 정부기관이 필요하다”면서 선진국의 과학기술 분야 정부기관의 실태를 조사·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과학기술처가 설치됐다. 따지고 보면, 과학기술처는 KIST를 잘 관리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올해는 KIST 창립 50주년이고, 내년은 과기처 출범 50주년이 된다.

50년 전, 미국 바텔연구소가 발행한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설립 및 조직에 관한 조사보고서’에는 KIST 설립의 필요성과 함께 여러 가지 우려와 당부를 제시하고 있는데, 지금 봐도 매우 치밀하다. 예를 들어, 독립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가진 법인이어야 하며, 국세와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특별법 형태로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수 연구원을 유치하기 위해 별도의 보수체계를 갖춰야 하지만, 다른 기관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선 리더십을 발휘해 해결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력 규모다. 바텔은 KIST 10년차(1976년)에 1000명을 제시하며, 산업성장 속도에 따라 증감하라고 조언했다.

그 후, 50년 동안 KIST는 기능적 측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었지만 당초 계획과는 많이 달라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육성법’이 제정됐지만 나중에 폐지되고, 연구원 연봉은 국립대학의 3배였다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16개 연구소의 산파(産婆) 역할을 하다 보니 아직도 1000명의 규모가 안 된다. 심지어 교육기능과 통합하여 KAIST가 되었다가 분리되기도 했다. 정책이란 시대 상황에 맞추어 변화되는 것이므로 50년 전의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지만, KIST정책에서는 후회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스라엘의 와이즈만연구소나 일본의 이화학연구소 정도로 키우지 못했으니 분명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 때, 우리는 밤에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를 좋아했다. 70~80년대 당시 건강도 돌보지 않고 일하는 분위기 속에서 당연한 주문이다. 필자도 그런 생각이었는데, 선진국 유학을 경험한 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유학시절, 연구실에서 밤샘을 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허가를 받아야 했다. 만약 사고가 나면 보험이 커버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험실에는 2명 이상이 남아야 밤샘 실험이 허락된다. 세미나에서는 노년층 연구원이 맨 앞줄에서 경청하고 활발하게 질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관장이 되려고 경쟁하거나 뒷방 신세라고 나앉는 나이대에 말이다. 선진국 대부분의 연구소는 전문화된 지원 인력(엔지니어·테크니션·행정가)이 연구원 수보다 더 많다. 연구자는 오직 연구에만 집중하며 보직에는 관심도 없다. 이 모든 것이 우리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그동안의 정책지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한다.

우리가 소홀히 한 것이 무엇인가. 첫째, 연구기관은 규모가 커야 경쟁력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우리는 반대로 기관을 쪼개는 방향으로 갔으니 수백 명의 연구기관이 수십 개 있다. 그래서 KIST도 크지 못했다. 1만 명 이상의 큰 기관 몇 개를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과 다른 방향이다.

둘째, 연구기관의 명성이다. 연구기관의 국제화는 리더십과 창의성에 직결된다. 국제무대에서 연구자는 명성과 처우를 보고 이동하며, 명성을 더 우선시 한다. 선진국 기관은 보통 30%를 외국인으로 한다. 우리는 3%도 안 된다. 해외 유망 석학을 교수로 초빙해 국내 대학을 선진화하려 했던 교과부의 국책사업 WCU(World Class University)처럼 돈으로 유치하는 정책은 오래 못 간다. 연구기관이 세계적 명성을 얻으려면 적어도 30년이 소요되는데 우리는 지나치게 자주 기관을 통폐합한 전력이 있다.

셋째, 연구 자율성이다. 영국은 홀데인 원칙(Haldane Principle), 독일은 하르나크 원칙(Harnack Principle)으로 자율성을 부여하는데, 우리는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특히 우리 행정가들은 서비스보다 관리 감독을 하려한다. 심지어 연구자들도 보직자가 되면 지시·간섭하려드니, 결국 선수보다 심판이 많아진다. 그래서 우리 연구자는 자신이 연구를 잘하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 정부가 잘한다고 하면 잘하는 것이다. 좋은 논문을 써봤자 평가항목이 창업으로 바뀌면 그 연구자는 무능해진다. 연구자 중심의 경영이 필요한데, 우리는 기관장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다. 기관장 평가에 따라 예산이 증감되도록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넷째, 사람을 얻는 정책이다. 기술 확보보다 연구원 정예화가 더 중요하다. 즉, 논문·특허는 연구자에게 맡기고 정책은 정책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야 자율과 책무, 경쟁과 협력, 개방과 기밀의 양면을 다 잡을 수 있다. 기관장을 ‘누리는 자리’로 보고 재임을 억제하기보다 ‘일하는 자리’로 보고 임기를 늘려야 한다.

그 외에 이익충돌의 관리, 도입 학문의 토착화 등 소홀한 것이 많다. 이렇게 보면, 정책은 더 전문화되어야 한다. 큰 틀은 최대한 유지하며 각론을 정교화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 정책의 걸림돌 중 많은 부분이 인문적 문제이므로 이 부분의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향후 과학기술 발전을 생각하면, KIST는 이제 인문 분야로도 눈을 돌려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환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기초학부 교수, 과실연 정책기획위원장

[노환진 칼럼] AI 쇼크 후 과학기술정책 성공하려면 …

【노환진(과실연 정책기획위원장, DGIST 교수) 칼럼】 2016. 3. 28. 중앙SUNDAY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이알대전’이라 하자)은 생각해 볼수록 의미가 크다. 기계가 인간 최고수에게 도전한 사건이니 인류사에 기록될 만하다. 그 후, 우리 정부는 인공지능(AI)연구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를 개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발표했다. 다른 현실적 이슈에 가려져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던 과학기술인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렇게 한 사건을 계기로 연구소가 설립되고 컨트롤 타워가 변경된다는 사실에서 우리의 과학기술정책이 다소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과학기술정책은 선진국의 동향과 우리의 역량을 주의 깊게 검토하여 매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부처별로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이러한 계획 속에 인공지능의 개발이 없었던가. 이알대전에서 우리가 궁금했던 것은 승부일 뿐, 인공지능의 무서운 발전 속도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미 알려진 얘기다. 즉 이알대전이 일반인들에게는 획기적 사건이 되지만, 전문가들에게는 올해냐 내년이냐의 시간문제로 다가왔던 내용이다. 향후 10년 이내 인공지능이 500만개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예측은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이지만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받아들인다. 이번 정부 발표를 보고, 우리 과학기술정책이 전문가 집단에서 결정되지 못하고 비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되는 모습으로 비쳐지면서 가볍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번 정책이 효과적일지 우려된다. 인공지능 개발을 기업형 연구소 설립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각자 전략이 다른 기업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을까? 공통핵심기술을 개발한다면 기업들이 참여하려 할까? 기업이 공공재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현상은 이미 이론으로 나와 있다. 80년대 중반, 반도체 개발을 위해 대기업들의 컨소시엄을 운영할 당시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기업형 연구소를 민간 주도로 설립한다면서 정부가 발표함으로써 정부가 주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설치하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체계가 과연 좋을까?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면 즉각적 효과는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기초연구와 산업기술 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평가방식을 지적하는 걸 보고 역시 이공계 대통령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만약 직접 챙기지 않는 대통령이 후임으로 선출되면 정책의 우선순위가 저 뒤로 밀리고 과학기술정책이 아예 작동되지 않게될 임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과학기술정책이 지속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관심을 받지 않고도 잘 굴러가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우리 정부의 정책은 교육이나 과학기술에서조차 힘의 우선순위로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알뜰한 가정에서는 미래를 위해 일정 액수를 뚝 떼어 저축한다. 일본도 오래 전부터 이렇게 해왔다. 즉, 일본의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보면, “일본은 연구개발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목표액수(target amounts)를 기본계획에 설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은 과학기술을 국가의 생명선(lifeline of Japan)이라고 본다”는 표현도 있다. 우리에게 국가의 생명선은 무엇인가.

지난 50년간의 정책 경험을 보면, 제도는 항상 개선(改善)과 개악(改惡)의 양면을 가진다. 새로운 제도가 발전에 유리할지 폐단이 될지는 사용자, 즉 공무원의 능력과 자세에 달린 문제였다. 그동안 부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업무영역 다툼이 과학기술정책에 얼마나 많은 혼선을 주었던가. 재원 배분이 주먹구구식 나눠먹기로 비친 이유는 일관성의 상실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 보고, 정부가 끌고 가면 따라가야 하는 객체로 간주하는 관점이 과학기술 발전을 간섭하고 저해하는 이유가 된다면 지나친 해석인가.

이제 과학기술은 스스로 발전하도록 고삐를 풀어주어야 할 때라고 본다. 과학기술이 폭넓은 스펙트럼에서 다양하게 성장하도록 ‘자연스런 생태계’를 구축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토대 위에서 경제발전(신제품·창업), 사회안전(질병·안전), 국제기여(환경·기후) 문제를 유인성 프로그램으로 해결해야지, 밀어붙이면 생태계가 망가진다.

정책에도 평상심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정책이 대중적 사건이나 정치적 입장에 동요돼서는 안 된다. 가끔 대중적 이슈가 발생하면, 전문적 현황을 국민에게 소개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최근 과학기술계에서는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자율성을 달라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려면, 정부가 결정하는 많은 부분을 연구자 집단에 위임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계는 윤리적 수준을 높여 사회적 신뢰를 얻도록 화답해야 한다. 이것이 정확한 정책 방향이다. 창의성은 자율성에서 나오고, 자율은 신뢰에서 나오며, 신뢰는 윤리에서 나오는 법이다. 우리는 무한한 창의성이 잠재되어 있어 언젠가는 하늘을 찌르고 올라갈 것이다. 우리는 한글을 만든 민족임을 잊지 말자. 인공지능, 그것은 바둑 잘 두는 민족, 우리에게 참 잘 맞는 연구 영역이 될 것이다.

 

노환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기초학부 교수, 과실연 정책기획위원장

[원문 보기]

[이병기 명예대표] 과실연 “제2의 창립” (과실연 창립 10주년 기념식 축사)

【이병기(과실연 명예대표, 서울대 교수) 】 2015. 12. 29. 과실연 창립 10주년 기념식 축사

과실연 “제2의 창립”

(제1화) “Think & Act Tank” 

여러분, 과실연이 10년이 되었답니다. 감개무량하지 않습니까? 과실연10년사 역사책을 손에 잡는 기분은 감격스럽습니다. 이제야 “과실연 창립의 첫 단계”가 마무리된 느낌입니다. 새롭게 시작될 두 번째 단계, “과실연 제2의 창립”을 위한 기초정지작업이 마무리 된 느낌입니다.

과실연10년사의 제목에 나오는 “Think & Act Tank”라는 용어를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이 말이 과실연의 identity를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과실연이 “생각하고 실행하는 조직”, 또는 “연구하고 행동하는 조직”이라는 뜻입니다. 한자로 번역한다면 생각 사(思)에 행할 행(行), “사행단(思行團)”이라 할까요? 한마디로, Think와 Act를 겸하는 조직입니다. Tank는 “Think Tank”라 할 때는 물탱크, 즉 수조(水槽)와 같은 뜻이겠지만, “Act Tank”라 할 때는 전차(戰車)로 풀이해도 됩니다. 행동할 때는 전차처럼 강하게 밀어붙인다는 뜻이지요.

공자님 말씀에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하고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하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배우기만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즉,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는 않으면 위태롭다.”는 말입니다. 배우고 생각하는 것을 함께 해야만 균형 잡힌 학업을 닦을 수 있다는 선비의 지침이 되겠지요. 여기서 keyword 학(學)자와 사(思)자를 각각 Think & Act Tank의 think “사(思)”자와 act “행(行)”자로 바꿔보면 곧 시민단체의 지침이 됩니다. “사이불행즉망(思而不行則罔)하고 행이불사즉태(行而不思則殆)하다”, 즉, “생각만하고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어둡고(즉,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지 않고 행동만 하면 위태롭다.”입니다. 무릇 시민단체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함께 아우를 때 비로소 제 소임을 다할 수 있습니다. 과실연은 Think Tank가 아닙니다. 과실연은 Act Tank도 아닙니다. 과실연은 “Think & Act Tank”입니다.

그러면 무엇을 위한 Think & Act Tank입니까? 이것은 “우리나라에 바른 과학기술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Think & Act Tank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 바른 과학기술사회를 실현”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대한민국을 과학화”함으로써 할 수 있습니다. 즉, 위로 국정운영으로부터 아래로 국민생활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사고와 과학적 방식”이 기조를 이루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른 과학기술사회”입니다. 여기서 “과학적”이란 합리적이라는 말입니다. 생각도 합리적으로 하고 행동도 합리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과실연은 대한민국을 “과학적 사고와 과학적 방식으로 돌아가는 실사구시적 사회”로 만들기 위한 Think & Act Tank인 것입니다.

그러면 왜 과실연 이름을 “대한민국 과학화(합리화) 국민연합”이 아니고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입니까? 그것은 “대한민국을 과학화”하고 그 토대위에 “과학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의 삶을 질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지구촌 문제해결에 기여하자는 목표, 즉 “대한민국 과학화”와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수행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과실연 워크숍에서 과실연의 identity가 불명확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어왔습니다. 경실연은 “부동산 운동”이라는 identity가 있는데 과실연은 이에 상응하는 것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된 지적입니다. “부동산 운동”은 경실연의 상징적인 사업일 뿐이지, 경실연의 identity가 아닙니다. 차라리 “경제정의 실천”이 identity가 아닐까요? 과실연의 identity는 명확합니다. 과실연의 identity는 “대한민국의 과학화”라는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Think & Act Tank”입니다.

이러한 identity를 국민에게 인식시켜줄 대표적인 사업이 없다는 것은 반성할 일입니다만, 이것은 시대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서 달리 정할 수 있는 것이고, 이제 과실연 창립 1기 10년을 마무리 짓고 과실연 제2기 10년의 출발점에 서 있으니, 새롭게 책임을 맡게 될 상임대표와 집행진이 숙고하고 실행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물론 어떤 상징적인 사업을 찾더라도 그것은 “대한민국의 과학화”라는 목표에 대한 하나의 실천방안이 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이 과실연10년사 책에는 과실연이 “Think & Act Tank”로서 활동한 사례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Think Tank”부분이 강조된 2012년도 대선후보들을 겨냥했던 정책연구와 “Act Tank”부분이 강조된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 당시의 광고작전입니다.

대선후보를 겨냥했던 정책연구는 과학기술•방송통신 분야에 대한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2011년에 민경찬 상임대표와 강신영 정책연구소장이 과기방통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과실연 내외 전문가들을 모으고 1년간 심도 있게 연구해서 알찬 보고서를 만들어 각 정당과 과학기술단체들에게 배포했던 활동입니다. 그때 만든 “차기정부의 국정과제 및 정부조직 제안” 보고서는 당시 대통령 후보를 낸 정당들과 과학기술단체들이 정부정책을 도출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했고, 소요 연구비 2억 원 가량은 윤종용 부회장님의 지원으로 충당했습니다.

“광고작전”은 2008년 2월, 과기부•정통부 폐지가 임박한 가운데 과실연이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중앙, 동아, 한겨레신문의 하단에 대형 광고로 실었던 것으로, 이것은 금요일 밤에 제안되고 토요일 밤에 전화회의로 편지문안을 다듬고 일요일 종일 전화 걸어서 광고에 이름을 올릴 111명을 확정했고 월요일에 광고내용을 최종 확정하여 신문사에 보내서 화요일 조간신문에 광고를 게재했던 “3일 작전”이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광고경비 2천여만 원은 자발적인 기부금 답지로 이내 해결되었습니다.

여러분, 이 이야기들이 모두 과실연10년사 책에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멋진 역사책을 만드느라 수고해주신 10년사편찬위원회 여러분께, 특히 김학진 위원장, 최상국 기자, 윤근아 간사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이 역사를 함께 만들어 오신 과실연의 모든 회원과 직원, 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기록은 과실연의 태동과 정립과정을 기록해준 역사이면서, 동시에 과실연의 앞날을 비춰주는 등불이 되고, 후대의 과실연이 되돌아 볼 과실연의 거울이 될 것입니다. 이 기록은 길이 남아 과실연 100년사에 편입되게 될 것입니다.

 

(제2화) “과실연을 이끈 생각들”

지금까지는 과실연의 identity에 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나라에 바른 과학기술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Think & Act Tank.” 이것은 10년 전 과실연을 출범시켰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한 결 같이 유념하고 견지해나가야 할 과실연의 기본 좌표입니다.

여러분, 이제 과실연이 10년의 연륜을 쌓게 되었습니다. 과실연이 비록 10년 전 창립 시에 희망했던 만큼 조직이 공고해지지 않았고 활동이 진척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과실연은 그 10년의 연륜 속에 우리사회에 신뢰할만한 과학기술 시민단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상임대표와 집행조직이 4차례 교체되어왔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과실연은 한 결 같이 일관성 있게 활동하며 우리사회 속에, 그리고 과학기술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게 된 비결이 무엇일까요? 그 비결은 모든 상임대표들이 과실연의 목적과 비전, 그리고 과실연 철학을 공유했던 데에 있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했겠습니까? 그것은 창립초기부터 자주 만나고 자주 전화회의를 하면서 함께 상의하며 과실연을 창립했고, 또 10년간 과실연 활동을 해온 가운데 수많은 일들을 부딪치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하는 가운데, 형성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긴 과정을 통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한 것이 바로 과실연의 목적과 비전이요, 과실연 철학입니다.

저는 10년사편찬위원장으로부터 초대 상임대표로서 과실연 10년사에 넣을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와 같이 지난 10년간 과실연의 상임대표들이 공감하고 과실연을 이끌어왔던 공통의 생각을 “과실연을 이끈 생각들”이라는 제목으로 기록했습니다. 과실연 창립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과실연 활동을 하며 생각했던 조직, 운영, 그리고 활동 전반에 걸친 과실연의 철학을 정리해 놓은 글입니다.

여러분, 이제 내년에 시작될 제2기 10년부터는 과실연의 창립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대로 과실연 운영의 바통이 넘어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실연은 하나의 과실연입니다. 앞으로도 과실연의 활동은 창립 목적에 부합해야하고 일관성 있어야 하고 신뢰성이 확고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과실연 활동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가운데 우리사회의 신뢰 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이러한 과실연의 연속성을 위해서 새로운 회원, 새로운 집행진이 들어올 때마다 읽을 수 있는 “과실연 안내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거니와, 이 글은 지난 10년간 과실연의 창립과 운영을 통해 정립한 과실연 철학을 집대성한 글입니다. 앞으로 급격한 세태의 변화에 부응하여 과실연이 변화를 거듭해나가면서도 한 결 같이 견지해야 할 과실연의 결의와 철학을 담은 글입니다. 새로운 집행진이 출범하는 때마다 반드시 숙독해야할 과실연의 뿌리를 담은 글입니다. 우선 오늘 새롭게 임무를 부여받은 2016년도 집행진들부터 꼭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그러면, 간단히 소제목들만 읽어보기로 하겠습니다.

1. 바른 식견을 갖고 바르게 행동하는 과학기술 시민단체가 필요하다.

2. “바른 과학기술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6가지 기본자세를 견지한다.

3. 과실연은 우리사회의 등불이요 소금이 되어야 한다.

4. 과실연은 “Think and Act Tank”가 되어야 한다.

5. 국가 정책 수립에 과학적 기조를 확립해야 한다.

6. 문과-이과 구분 없는 균형 잡힌 바른 교육을 확립해야 한다.

7. 공정하고 “평평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8. 과학기술자들이 이익집단화 할 때 과학기술은 타락한다.

9. 과실연 회원들은 “현대 선비”들이다.

10. 사회적 신뢰가 과실연의 생존 기반이다.

11. “사회의 파수꾼” 역할이 과실연의 존재 의미이다.

12. 과실연 활동의 생명력은 기동성에 있다.

13. 재정이 딸릴수록 회원확보의 정공법을 쓴다.

14. 좋은 팀의 비결은 비전과 목표의 공유이다.

15. 바른 판단 결정은 상임대표 고유의 덕목이다.

 

(제3화) 과실연 “제2의 창립”

이와 같은 창립의 기본 정신, 기본 철학만 견지한다면, 나머지는 과실연의 입지와 시대 상황과 사회 현실에 맞추어 재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말을 했는데, 오늘날에는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과실연 창립 후 10년이 흐르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세태는 물론 전 지구적 환경이 많이 변하여 지금 우리는 10년 전 창립기와는 아주 다른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과실연의 첫 10년의 과제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여 우리사회 속에 확고한 뿌리를 내리는 데 있었다면, 앞으로 10년의 과제는 그 기반 위에서 과실연의 목적 활동을 적극 펼쳐내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사회를 “바른 과학기술사회”에 성큼 다가설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과학화”와 “과학기술 발전”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입지, 새로운 시대환경, 새로운 사회현실 속에서, 과실연이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금은 과실연의 “제2의 창립”이 필요한 때입니다.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는 “시민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송교수는 시민민주주의의 핵심요건은 “시민참여, 시민권, 시민윤리” 3가지라 했습니다. 시민참여란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것으로, 적어도 1인1시민단체 가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시민권은 시민의 기본자격으로서 권리와 책임이라는 2개의 가치로 구성된다고 했습니다. 시민윤리는 공익에의 긴장,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적 헌신에 해당하는 사회적 가치라고 했습니다.

과실연의 활동은 바로 이런 시민민주주의사회를 열어가는 활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과학화와 과학기술 발전의 목적을 충실하게 달성함으로써 시민민주주의사회를 열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튼실한 조직과 건실한 운영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과실연 집행진과 회원들의 성숙한 시민적 자질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이것을 “현대 선비” 자질이라 부릅니다.

“현대선비”는 옛 선비가 갖추었던 것과 같은 수준의 자기 수련과 바른 자세, 자기 분야에서 존경받을 만한 수준의 전문성, 국가와 사회의 제반 현상에 대한 바른 통찰력, 자기 식솔을 거둘만한 최소한의 경제기반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할 때, 위축되거나 왜곡되거나 변질되지 않고, 또 금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바른 견해를 담대하게 개진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됩니다.

마침, 오늘 총회에서 오세정 교수님을 차기 상임대표로 선출하였고 또 송호근 교수님을 비롯한 6분의 공동대표를 선출하였으니, 과실연은 이제 “제2의 창립”을 위한 모든 채비가 갖추어졌습니다. 첫째, 과실연의 철학이 잘 정립되어 있고, 둘째, 과실연의 위상이 우리 사회 속에 확립되어 있고, 셋째, “제2의 창립”을 진두지휘할 새 상임대표가 선출되었으니, 모든 준비가 완료된 것입니다.

다 아시겠습니다만, 오세정 교수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기술자요 과학기술행정가이면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육자요 교육행정가입니다. 이와 같은 귀한 인물을 과실연의 새 상임대표로 맞을 수 있게 된 것을 과실연을 위한 하늘의 축복입니다. 오세정 교수님을 추천을 해주신 상임대표추천위원회와 이를 수락해주신 오세정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과실연 창립 10주년을 맞고 제2기 10년을 출발하면서 오세정 교수님을 새 상임대표로 맞게 된 것은 오세정 교수님이 과실연 “제2의 창립”을 이끌어 가게 하시려는 하늘의 뜻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실연의 지난 10년간의 착실한 준비는 오세정 교수님이 과실연 “제2의 창립”을 하실 수 있는 길을 닦은 것이고, 오세정 교수님이 60여년에 걸쳐 쌓으신 자기 수련과 사회적 경륜은 오늘 과실연 “제2의 창립”을 진두지휘하며 대한민국의 과학화라는 소임을 맡기기 위한 하늘의 뜻이었습니다.

앞으로 과실연 상임대표로서, 과실연 10년의 기반 위에서 과실연 본연의 활동을 적극 펼치신다면. “대한민국 과학화”와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수행하면서, 우리사회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창조하실 수 있습니다. 과실연 제2기 10년을 향한 과실연 “제2의 창립”을 이끌어갈 차기 상임대표 오세정 교수님과 공동대표 6분 위에 하늘의 축복과 가호를 빕니다.

 

(제4화) 과실연의 당면과제들

끝으로, 지금 과실연 창립 10년을 마무리 짓고 새롭게 제2기 10년을 위한 “제2의 창립”의 채비를 갖추는 시점임을 감안하여, 저는 과실연의 당면과제들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주로, 과실연의 운영과 활동에 관련해서 말씀이 되겠습니다.

먼저, 과실연 운영에 관련해서는

첫째, 과실연 조직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살아 움직이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민단체는 기동성이 생명입니다. 사무국장을 상근직으로 환원하여 모든 행정의 중추가 되고, 위원회 활동의 구심점이 되고, 정보소통의 중심이 되고, 기동성 있는 행동의 지휘탑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재정을 재확립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재정 자립과 건강한 재정이 시민단체의 존립을 좌우합니다. 최소한, 직원봉급 및 퇴직수당 적립, 사무실 임대료, 사무실 운영경비 등 기본 운영경비는 회원회비로 충당해야 합니다. 기본 운영경비를 외부 지원금에 의존하면 시민단체의 근간이 흔들립니다. 활동이 정도를 벗어나게 됩니다.

셋째, 회원 확보와 회원 서비스입니다. 회원 없는 과실연은 과실연이 아닙니다. 회원 확보는 활동 내역과 직결됩니다.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활동을 하게 되면, 그것이 알려지면서 회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활동 현황을 수시로 회원들에게 개별 보고하면 기존 회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회원이 직접 제안하고 참여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회원 중심의 과실연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넷째, 정책연구소 기능을 강화하여 “Think & Act Tank”의 Think 부분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전문가를 초빙하고 적절한 보수를 제공하면서 전문성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과실연 집행진이 최종검토한 후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외부 재정 확보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합니다.

다섯째, 집행진의 친목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과실연은 논리를 개발하는 조직이 아니라, 공감하고 동참하고 행동하는 조직입니다. 서로 친밀해진 연후에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공감하고 동참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수시로 오프라인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 우의와 동지애를 다져야 합니다. 또 집행진은 과실연의 목적과 비전, 그리고 철학을 공유하는 리더그룹이 되어야 하고, 따라서 과실연 교육이 필요합니다.

다음, 과실연 활동에 관련해서는

첫째, 과실연은 기본적으로 “사회의 파수꾼”의 역할충실해야 합니다. 문제를 적시에 포착해야 하고, 진지한 전문적 토론을 거친 후, 적기에 결론을 내려 행동에 들어가야 합니다. 과실연 웹에 “신문고”와 같은 문제제기센터를 가동하는 것도 문제를 적기에 포착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둘째, 과실연은 “consensus buildup”의 소임에 충실해야 합니다. 모든 포럼, 모든 토론회에는 최고 전문가를 초빙하여 심층 토론해야 하고, 토론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결론을 맺어야 합니다. 이것은 상임대표의 책임 역할입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곧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셋째, 과학기술계 문제에 관련하여, 정부 R&D 마스터플랜 문제, 정부 R&D 예산 배분 문제, 과학기술전문가 활용 문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정통한 대안 제시가 필요하고, 정부가 이를 채택하도록 적극적이고 다각적으로 촉구해야 합니다.

넷째, 교육 문제에 관련하여, 고교교육과 대학입시와 연결하여 문과•이과 구분 없는 균형 잡힌, 그리고 인성과 창의력이 있는 교육이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연구•제시하고, 그것이 채택될 수 있도록 강력한 행동을 펼쳐야 합니다.

다섯째, 정부운영 문제에 관련해서, 국가정책의 과학적 기조 확립 문제와 공정하고 “평평한 사회” 구축 문제를 진지하게 연구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사회 각계각층과 언론을 동원하여 사회운동을 적극 펼쳐나가야 합니다.

(2015.12.27.)

[조성경 칼럼] 新기후체제 근력, 공유와 가치창출에서

【조성경(과실연 편집보도위원장, 명지대 교수) 칼럼】 2015. 3. 7.  전자신문

新기후체제 근력, 공유와 가치창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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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온실가스에 해당하는 기체를 처음 밝혀낸 스웨덴 화학자다. 120년이 지난 지금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파리신기후협정을 기점으로 골격을 갖추기 시작한 신기후체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과제를 인류에게 던지면서 새로운 경제질서와 삶의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소유가 아니라 공유 방식, 이윤이 아니라 가치 창출에서 신기후체제의 근력은 길러진다.

대한민국은 세계 9위 에너지소비국이다. 온실가스 총배출량으로는 8위,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다. 에너지다소비산업을 중심으로 국가경쟁력을 확보해 유지하고, 여기에 필요한 에너지자원은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에너지원별 발전설비 용량(2015년 11월 기준)은 LNG 33.0%, 석탄 28.0%, 원자력 22.2%, 수력 6.6%, 신재생 5.8%, 석유 4.3%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발전전력량(2015년 11월 기준)은 석탄 37.4%, 원자력 35.0%, LNG 18.2%, 석유 5.5%, 신재생 3.0%, 수력 0.9%로 짜여 있다. 석탄은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고, 원자력은 안전성과 수용성 측면에서 취약하다. 신재생은 경제성과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불안정하고, LNG와 수력 역시 확실하게 대표주자가 되기엔 여전히 모자란다. 그렇기 때문에 결합이 필요하고 분배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7% 감축을 제시했다. 전력 프로슈머 시장을 개설하고, 단계별로 제로 에너지빌딩을 의무화하며,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을 공표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탄소시장 구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것임을 밝혔다. 에너지신산업 확산 전략을 바탕으로 100조원 규모에 이르는 신시장과 50만개 일자리를 2030년까지 만들어 내고, 동시에 국가 감축 기여 방안(INDC)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들이 진짜 빛을 발하려면 의도 여부를 떠나 이로 인한 특정 분야의 급성장보다는 더디더라도 확장성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분야가 늘어 가면서 균형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문제는 결핍이 아니라 과잉에서 비롯됐다. 신기후체제는 더 나은 것을 새로 만들기에 앞서 존재하는 것을 찾아 연결하고, 융합으로 또 다른 가치가 발휘되도록 하는 데서 길을 찾을 수 있다.

문제해결형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내 필요한 곳에 결합할 수 있는 사람, 즉 넥서턴트(nexus+consultant)를 키우는 것이 더 절박하다. 유휴자원 또는 설비나 공간을 찾아 필요한 곳과 연결해 주는 사람,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과 서비스를 금융·비즈니스와 연계해 스타트업의 토대를 제공하는 사람 역시 넥서턴트에 해당한다. 이들의 창의 활동이야 말로 신기후체제의 활발한 혈액 순환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성장(成長)보다는 성숙(成熟)이 더 큰 가치를 발휘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적게 노력해서 많은 것을 얻기보다는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 어떤 형태로든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는 게 당연한, 오히려 덜 지불하고 많이 얻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한 삶의 질서를 만들어 가는 첫발을 내디디고 있다. 첫발을 내디뎠다 해도 그 발걸음이 바른 방향으로 계속 이어질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낯설고 불확실한 여정에 경쟁보다는 협력, 집권보다는 분권, 관찰보다는 참여, 주장보다는 실천이 더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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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경 명지대 교수 supercharmsae@hotmail.com

[원문 보기]

【안현실 칼럼】 서울대 공대의 승부수

【안현실(과실연 포럼위원장,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칼럼】 2015. 11. 13 한국경제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서울대 공대의 승부수

 

“신문 등을 집어들 때마다 대학을 공격하는 기사와 맞닥뜨리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 가장 공통된 불만은 비싼 수업료, 눈덩이 같은 학생의 빚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불만도 많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커리큘럼, 학생이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문제, 행정 등 교직원 급증, 교수진의 좌편향이나 부적절성, 부실한 교육 등 실로 다양하다.”

어느 나라 얘기일까. 헌터 롤링스 미국대학협회(AAU) 회장이 한 말이다. AAU는 연구와 교육에 강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선도 대학들의 조직으로 유명하다. 어느 나라건 대학에 대한 불만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단지 그런 불만이 실제 대학의 변화로 이어지느냐가 다를 뿐이다. 

변화의 시동은 걸렸지만… 

한국만 해도 그렇다. 대학에 대한 불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특히 기업이 느끼는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하지만 국내 유수 대학들이 실제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그저 정부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게 전부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공대가 변신을 시작했다. ‘공대백서’를 통해 스스로 반성문을 써내는가 하면,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센터’를 설치하고, 기업 재직자를 위한 프로젝트 중심의 ‘공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새로운 실험을 하느라 연일 바쁘다. 아예 공대 캠퍼스를 ‘산학협력 클러스터’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까지 나왔다.

서울대 공대가 어떤 곳이던가. 한때 서울대 법대나 서울대 의대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는 게 아득한 전설이 된 지 오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의 의대란 의대가 다 채워지고 나서야 수험생이 눈을 돌릴까 말까 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내부적인 변화의 동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KAIST가 무슨 새로운 실험을 할 때마다 수세로 내몰리는 처지였다.

그런 서울대 공대가 스스로 변화를 작심하니 그 파급력이 정부보다 훨씬 크다. 사회적 반향부터 다르다. 사실 현 정부가 거창한 ‘공대 혁신방안’을 내놨지만 제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모든 대학에 획일적 정책을 강요해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지 않은가. 차라리 정부가 시시콜콜한 간섭만 안 하면 더 파격적인 실험도 감행할 분위기다.

“결국 기업이 대학을 바꾼다” 

정부는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대학의 이런 실험이 혼자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바로 ‘기업 역할론’이다. 김종엽 고려대 교수는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주최 ‘공학교육 혁신’ 세미나에서 ‘대학과 기업 간 생태계’를 강조했다. 교수는 기업으로, 기업에서 교수로 쌍방형 전직은 물론 쌍방형 교육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홍석 울산대 교수가 최근 ‘2015 기계의 날’ 세미나에서 한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을 예로 들며 대학을 바꾸는 건 결국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대 공대 졸업생 중 현장에 투입할 만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며 쓴소리를 한 기업이 적지 않았다. 이제는 이들 기업이 서울대 실험에 화답할 차례다. 기업이 대학에 분명한 시그널을 주고, 변화에 대한 보상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정부나 언론의 대학 평가보다 더 무서운 게 기업의 대학 평가 아닌가. 어차피 기업도 대학도 위기라는 점에선 공동운명체나 다름없다. 선진국을 보면 이럴 때 산학 협력이 활활 타올랐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