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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실연] 제238호 웹진

  • 날짜 2025.04.30
  • 조회수 37

2025년 4월 30일(수)
발행인 안현실
편집 사무국
1. 나침반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공존:

바둑계의 사례로 본 기술 혁신 시대의 과제

과실연 공동대표

윤혜선

알파고가 던진 파문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인공지능(AI)의 발전 수준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첫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를 거둔 후 딥마인드 CEO 드미스 하사비스가 트위터(X)에 올린 '우리는 달에 착륙했습니다'라는 선언처럼 이 사건은 단순한 대국을 넘어 인류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바둑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고, 이 변화는 AI 시대 전문성의 재구성과 사회변동의 축소판이 되었습니다.

최근 저는 조혜연 국수의 "알파고(2016. 3.) 그 후 인공지능과 함께한 바둑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의 발표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발표를 통해 알파고 이후 바둑계에서 일어난 변화와 그 함의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 논의하는 바둑계의 변화와 그 시사점은 주로 조혜연 국수의 발표 내용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AI 시대의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성을 포함한 사회적 과제와 과실연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바둑계의 변화: AI가 가져온 혁명

  1. 지식의 민주화와 새로운 불평등

알파고 등장 이후 가장 뚜렷한 변화는 4천 년간 축적된 정석 3만 개가 일시에 폐기되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재능이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최고의 교사인 AI에게 바둑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혜연 국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천재나 부유한 계급의 타파"를 의미하며 지식의 민주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등장했습니다. 신진서 9단처럼 AI가 선택한 최적의 수와 일치하는 비율(AI 일치율)80-90%에 달하는 기사와 그렇지 못한 기사들 사이에 새로운 격차가 생겨났습니다. 이는 AI 시대의 새로운 불평등이 단순히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아니라, 기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1. 공동체 구조의 변화

바둑계는 전통적으로 사제관계, 선후배 관계로 긴밀하게 연결된 공동체였습니다. 그러나 AI 등장 이후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철저히 개인화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2024년 대한바둑협회 예산 21억여 원이 전액 삭감되었는데도 아무런 반발이 없었다는 사실은(이 예산은 2025년에 복원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전문가 집단과 조직의 위상이 얼마나 약화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1. 창의성과 개성의 위기

과거 바둑 대국에서는 이창호, 이세돌 등 각 기사의 독특한 기풍과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났으나 이제는 모든 기사들이 AI가 제시하는 '정답'에 수렴하는 "천하제일 암기대회"가 되어버린 현실은 AI 시대의 핵심적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표준화된 '최적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개성이 희생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바둑에서 각 기사의 개성 있는 착수가 사라진 것처럼, 다른 영역에서도 AI가 제안하는 방식에만 의존하다 보면 인간 고유의 다양성과 독창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 대비하는 사회적 과제

바둑계의 변화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는 AI 시대에 대비하여 다양한 과제들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1. AI 리터러시 역량 강화 및 격차 해소

단순한 기술 접근성을 넘어 다양한 계층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특히 디지털 취약계층이 새로운 불평등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1. 사람 중심의 기술 패러다임 구축

AI 개발과 활용에 있어 기술적 효율성만을 추구하기보다 인간의 창의성, 자율성,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람 중심의 기술발전 모델을 확립해야 합니다. 이러한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인문학, 사회과학, 윤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관점을 통합하는 학제간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1. 전문성의 새로운 정의와 담론 형성

AI가 전통적인 전문지식을 대체하는 시대에 전문가의 역할과 가치를 재정의하는 담론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도 AI와 보완적인 새로운 전문성을 모색해야 합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단순 지식 전달보다 비판적 사고, 창의성, 윤리적 판단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 방식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1. 새로운 공동체 모델 개발

바둑계에서 나타난 것처럼 과도한 개인화와 관계 단절의 문제를 방지하면서도 수직적·위계적 관계 대신 수평적·협력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전문가 공동체와 시민 공동체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1. 창의성과 다양성 증진 정책 마련

표준화와 효율성 추구가 창의성과 다양성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다양한 관점과 접근법을 장려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1. 사회적 영향 평가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

AI 기술 도입에 따른 사회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모니터링하여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 기술의 영향에 적절히 대응해야 합니다.

과실연의 역할: 사람 중심의 기술 발전을 위한 나침반 되기

조혜연 국수가 생생하게 증언한 바둑계의 변화는 AI가 가져올 사회 변화의 심오함과 급진성을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바둑계의 예를 살펴보았지만, 이미 의료, 법률, 교육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이와 유사하거나 다른 양상의 변화가 시작되었거나 진행 중입니다. 이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서 제시한 사회적 과제들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협력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 발전의 거센 물결 속에서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이라는 가치를 수호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 학계, 산업계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러한 전환기에 과실연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적극적인 방향 제시자가 되어야 합니다. 과실연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사람 중심의, 윤리적 기술 발전을 위한 담론을 주도하고, 전문성 재정의와 교육 혁신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며, 새로운 공동체 모델 개발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바둑판이 AI로 인해 완전히 재편된 것처럼, 우리 사회도 유례없는 혁신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 대전환의 시기에 과실연은 사람과 기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위한 나침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2. AI 미래포럼

일의 미래와 AI : 이미 미래는 시작되었다

과실연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류정혜
인간이 일을 하는 방식에 있어 AI로 인해 또 한 번 커다란 변곡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일의 본질, 생산성의 정의, 그리고 인간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명확히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미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되었던 CEO 레터가 있다. Shopify의 CEO 토비 뤼트케는 AI와 함께 일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을 정확히 포착했다. 그는 내부 메모에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기술 변화의 한가운데 있으며, 거의 모든 회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그의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다. "새로운 인력이나 자원을 요청하기 전에, 팀은 AI로 원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없는 이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만약 자율 AI 에이전트가 이미 팀의 일원이라면 이 영역은 어떻게 변할까?'" 이는 단순한 지침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선언이다. 기업이 인력 충원을 고려하기 전에 AI의 활용 가능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의미한다.
뤼트케는 한 발 더 나아가 조직 문화에 AI를 통합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AI 사용은 성과 평가와 동료 평가 질문지에 추가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직원에게 최첨단 AI 도구에 대한 접근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는 저와 경영진을 포함한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이는 AI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적인 업무 도구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조직의 모든 계층에서 AI 활용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평가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번주에는 Duolingo의 CEO 루이스 폰 안 역시 조직 전체가 'AI 우선(AI-first)'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단순히 언어 학습 도구의 개선을 넘어, 회사 전체의 운영 방식을 AI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업그레이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재고입니다." 그는 AI를 기업의 모든 측면에 통합함으로써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 제공, 콘텐츠 개발 가속화, 그리고 전반적인 효율성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폰 안의 AI 우선 접근법은 모든 의사결정과 전략적 계획의 중심에 AI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두 CEO의 관점은 AI가 기존 업무 방식을 단순히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재창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업무의 성격뿐만 아니라 조직 구조, 인재 개발, 그리고 가치 창출의 방식에 있어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집단 지능과 AI의 융합에 있어 이션 몰릭 교수의 '공동지능(Co-Intelligence)' 개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몰릭의 저서는 인간과 AI가 별개의 경쟁자가 아닌 상호 보완적 파트너로서 함께 작업할 때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탐구한다. 이는 단순한 작업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창의성, 직관, 윤리적 판단과 AI의 계산 능력, 패턴 인식, 데이터 처리가 결합될 때 가능해지는 새로운 차원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의미한다.
공동지능 패러다임에서는 인간과 AI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대신, 두 지능 형태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고 강점을 증폭시킨다. 이는 Shopify가 제시한 "AI 에이전트를 팀원으로 간주"하는 접근방식과 일맥상통한다. 몰릭은 우리가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집단 지능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것이 개인과 조직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개인적, 조직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AI 활용 역량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지식을 넘어, AI와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절한 프롬프트 작성법, AI 출력물의 비판적 평가 능력, 그리고 AI의 한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창의성, 감정 지능, 윤리적 판단,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등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속적인 학습과 재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 한다.
조직적 차원에서는 AI 통합 전략 수립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Shopify의 사례처럼, AI를 조직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에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인력이 AI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통적인 위계질서와 부서 구분을 넘어 AI와 인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구조를 모색해야 한다. 또한 AI 활용에 있어 투명성, 공정성, 책임성을 보장하는 명확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시대의 일의 미래는 인간 대체가 아닌 인간-AI 협력의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토비 뤼트케가 지적했듯이, "AI는 인류의 새로운 도구"이며, "도구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킨다. 이는 몰릭 교수의 공동지능 개념과도 일치한다. 그는 인간과 AI의 협력이 단순히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창의성과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궁극적으로, AI 혁명의 가장 큰 수혜자는 AI 자체를 활용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아니라, AI와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방법을 마스터한 이들이 될 것이다. 이는 기술적 능력을 넘어,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인간 고유의 강점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요구한다. Duolingo와 Shopify의 사례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조직 전체가 'AI 우선' 사고방식을 받아들일 때 얻을 수 있는 혁신적 변화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AI의 도입을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 AI와 함께 일하고 생각하고 창조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AI를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직원이 AI 도구에 접근할 수 있게 하며, 성과 평가에 AI 활용 능력을 포함시키는 Shopify의 접근법은 우리에게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마찬가지로 Duolingo가 추구하는 전사적 AI 통합 역시 미래 조직의 모습을 예견한다.
AI와의 공동 지능적 협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를 인식하고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개인과 조직만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으며, 몰릭 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예견했듯이, 인간과 AI의 창의적 협력이 만들어낼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3. 권역대표 목소리
과실연 호남권 권역대표, 티맥스 인공지능개발센터 센터장
정형곤

엄밀한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자의 역할: 양극화 해소와 AI 시대의 책임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과학자의 역할

최근 한국 사회는 정치적,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국가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 간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건설적인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든다. 양 진영이 대립되는 갈등 사회에서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엄밀한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자는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라는 논제는 과학자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과학이 객관적인 사실과 논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사회적 문제 해결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도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이유와 과학이 양극화 해소에 이바지하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과학자의 객관성과 도덕적 책임

과학은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과학자들은 정치적 이념에서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며, 실험과 분석을 통해 사실을 밝혀낸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서 과학자의 역할도 단순한 연구자로서 기능을 넘어 도덕적 책임이 수반되고 있다. 19세기 공동생활촌의 생존율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비종교적인 공동생활촌의 20년 생존율이 6%에 불과한 반면, 종교적 신념을 공유한 공동생활촌은 훨씬 더 높은 생존율을 보였으며 지속 기간도 길었다. 이는 공동체 내에서 공유된 가치와 규범이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공동체 생존율, 기후변화, 전염병 대응, 인공지능 윤리 등 과학적 사실이 사회적, 정치적 문제와 맞물리는 사례는 무수히 많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한 사실 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과 가치 판단을 수반하는 문제로 연결된다. 따라서 과학적 연구와 정책 결정은 이와 같은 원리를 적용하여 사회적 통합을 촉진해야 하며, 과학자들은 자신이 연구한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AI 시대의 도래와 과학자의 책임

일반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AI가 단순한 데이터 분석 도구를 넘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는 이 시점에서, 과학자들은 기존의 연구 방식뿐만 아니라 새로운 윤리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도 고려해야 한다.

  1. AI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결정을 내리지만, 편향된 데이터가 입력될 경우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정치적,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AI가 편향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오히려 갈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AI의 알고리즘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데이터의 편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1. AI가 초래할 일자리 변화에 대한 대비

AGI의 발전으로 수많은 직업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하고 기존 노동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과학자들은 AI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 제안과 교육 시스템 개편에 기여해야 한다.

  1. AI 윤리와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AI의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개인 정보 보호, 감시 사회의 문제, AI가 내리는 결정에 대한 책임 문제 등이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정부 및 산업계와 협력하여 윤리적 AI 개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AI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AI 분야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과 양극화 해결 방안

  1. 객관적 정보 제공과 대중 교육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가짜 뉴스와 왜곡된 정보의 확산이다. AI 분야의 과학자들은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대중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AI 기술이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연구 결과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중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1. 과학적 논리 기반의 정책 제안

정치적 이념이 아닌 AI 기술에 기반한 정책 제안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공공 데이터 분석이나 자동화 시스템 구축 등에 있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면 불필요한 이념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AI 분야 과학자들은 정치권과 협력하여 근거 중심의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1. 다양한 관점 수용과 학제 간 협력

AI 기술은 특정한 이념이나 집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논리에 기반한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학제 간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사회과학, 인문학과 협력하여 AI 기술을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이를 통해 보다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결론

과학은 본질적으로 객관적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그 결과가 사회적, 정치적 영향을 미치는 이상 과학자들은 도덕적 판단을 피할 수 없다. 특히,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AI 분야 과학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며, 윤리적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과학자의 중요한 책임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AI 분야 과학자들은 객관적 정보 제공, 정책 제안, 학제 간 협력, 윤리적 책임 강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적 논쟁과 이념 대립을 넘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AI 분야 과학자들은 사회 통합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4. 박제근의 톡

학문과 용기

 과실연 기후에너지 특별위원장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박제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학문을 하는데 용기가 필요하다는 내 의견에 동의할 지 모르겠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학문 또는 연구라는 것은 문제만 잘 푸는, 소위 머리(?)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사실 한국 교육은 이런 문제 풀이를 강조한다. 하지만 나는 학문, 그 속에서도 남이 하지 않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내가 기억하는 한,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 과학계에서 우리가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끊임없이 고 있다. 현재 한국 과학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도 한데 아직도 우리가 진정한 과학의 선도자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예를 하나 들어보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서는 것이 많은 사람의 Bucket list에 있다고 다. 지금까지 약 6700명 정도가 그 꿈을 달성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다. 하지만, 누가 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다 기억할까? 결국은 처음 등반한 Edmund Hillary 와 Tenzing Norgay 두 사람만 각인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노력과 성과를 일부러 낮추려는 것은 아다.

 

나는 인간이 해 온 많은 일들 가운데 학문이 특히 이런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다. 결국 누가 ‘그 일을 처음 했어?’ 를 묻고, 이런 사람들을 game changer, pioneer, 선구자라는 수식어로 부른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학문, 특히 독창적이며 선도적인 학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다. 는 학문에는 기능적인 측면과 정신적인 측면 두 가지가 있다고 다. 기능적인 측면은 ‘연구 성과로 논문 몇 편, 인용지수, Nature-Science-Cell에 논문 내기, 자매지 논문 내기 … ’ 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반면 정신적인 측면은 ‘남이 하지 않은 질문으로 새로운 것 시도하기’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의 기능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정작 아무도 하지 않는 도전의 정신적 측면이 간과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정이 인색하다. 결코 기능적인 측면을 축소하거나 필요 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 정작 중요한 창의적인 연구가 설 자리가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문사회학의 위기 또한 결국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학의 위기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결국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가장 큰 목표는 대한민국이 기초과학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것이냐는 것이다. 그것도, 미국, 유럽, 중국 등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우리 과학계가 답해야 할 숙명적인 존재론적인 질문이다.

 

오래전부터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 과학, 특히 물리학이 어떻게 발전했는 지를 알기 위해서 관련된 많은 책을 읽었다. 특히, 일본 최초와 두번째 물리학상을 받은 유가와 (Hideki Yukawa) 교수와 도모나가 (Shinichiro Tomonaga)) 교수의 책(영어로 번역된 책)들을 사서 탐독을 했다. 이 두 과학자의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이 20대일 때 이들에게 자신만의 학문을 하라고 크게 질책을 했던 선배학자 한타로 (Nagaoka Hantaro) 교수와 니시나 (Yoshio Nishina) 박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즈음 나는 후배학자와 제자들이 조언을 구하면 아무리 작더라도 당신들의 학문을 찾아라는 말을 잊지 않고 해 준다.

 

내가 보는 한국 과학계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파괴적 혁신’에 나설 사람들다. 즉, 누구도 하지 않은 대담한 질문을 가지고, 그 길을 감하게 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다. 나름대로 그 길을 30년 넘게 걸어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런 학문의 여정은 가 학생 때 즐겨 읽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아무도 가지 않은 길’과 너무도 흡사하다고 다.

 

그래서 여기 프로스트의 시 구절을 가지고 왔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이런 선택의 순간을 수도 없이 만났지요?)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5. 과학의 날 , 과실연 성명서 발표
6. 과실연 행사 소식  

<과학기술 • AI 미디어 데이, 새정부에 바라는 정책 어젠다>

•일시: 2025. 4.30.(수) 오전 10시
•장소: 한국과학기술회관 1관 B1층 소회의실1 (서울 역삼동 소재)
•내용:
 -과학기술 정책공약: 안준모 과실연 공동대표, 박재민 과실연 정책기획위원장
 -AI 정책공약: 김승일 과실연 공동대표, 하정우 과실연 공동대표
 - Q&A
  • 4월 집행위원회의 (4/14(월) 15:00, 온라인 ZOOM 회의실)
7. 언론에서의 과실연
사단법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Citizen's  Coalition for Scientific  Society (CCSS)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7길 22 한국과학기술회관 1관 508호
T. 02-501-9825
E. chair@feelsci.org (안현실 상임대표) / samu@feelsci.org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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